- 대법원 2017. 6. 1.자 2017스515결정

1. 사안의 개요

가. 사실관계

90대 사건본인 A에 대하여 한정후견개시 결정이 있었고, 그 후 A는 B와 후견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이를 등기하였다. A는 본인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 체결된 후견계약이 우선해야 하므로, 후견계약이 등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한정후견개시결정은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항고심은 A의 항고를 기각하였고, A는 대법원에 재항고하였다.

나. 대법원 결정 요지(재항고 기각)

민법(이하 ‘법’) 제959조의20 제1항의 규정은 후견계약이 등기된 경우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후견계약을 우선하도록 하고, 예외적으로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에 한하여 법정후견에 의할 수 있도록 한 것이고, 이 규정은 사건본인에 대해 한정후견개시심판 청구가 제기된 후 그 심판이 확정되기 전에 후견계약이 등기된 경우에도 그 적용이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와 같은 경우 가정법원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만 한정후견개시심판을 할 수 있다.

이 때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란 후견계약의 내용, 후견계약에서 정한 임의후견인이 그 임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사유가 있는지, 본인의 정신적 제약의 정도, 기타 후견계약과 본인을 둘러싼 제반 사정 등을 종합하여, 후견계약에 따른 후견이 본인의 보호에 충분하지 아니하여 법정후견에 의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2. 후견계약(임의후견)

가. 후견계약의 의의

후견계약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있거나 부족하게 될 상황에 대비하여 자신의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자에게 위탁하고, 그 위탁사무에 관하여 대리권을 수여하는 계약이다(법 제959조의14 제1항).

후견계약은 본인이 직접 후견인과 후견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기결정권 존중이라는 후견제도의 입법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유형이다.

민법도 이 점을 반영하여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는 경우에는 본인의 이익을 위해 특별히 필요할 때에만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이하 ‘법정후견’)의 심판을 할 수 있고(법 제959조의20 제1항 본문), 법정후견이 개시된 이후 가정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할 때에는 종전의 법정후견은 종료된다고 하여(동조 제2항 본문), 임의후견 우선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나. 후견계약의 성립요건

후견계약은 당사자가 공정증서로 계약을 체결하고(법 제959조의14 제2항), 등기해야 하며(법 제959조의15 제1항), 본인의 사무처리능력이 부족할 때 가정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한다(법 제959조의14 제3항).

 

3. 법정후견신청 이후 후견계약이 등기된 경우 양자의 관계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성년후견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는 경우라면 법정후견보다 임의후견이 우선됨은 당연하다. 그런데 본인의 친족들에 의해 법정후견신청이 있은 후, 후견계약이 체결되고 등기된 경우, 양자의 관계가 문제된다. 법 제959조의20 제1항 본문에서 후견계약의 등기시점을 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있고, 임의후견인 또는 임의후견감독인의 청구에 의하여 법정후견 심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는 법정후견이 신청된 것을 안 친족이 본인과 후견계약을 체결하고 등기함으로써 법정후견심판을 방해하는 남용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법정후견신청이 이루어진 이후의 후견계약에는 법 제959조의20 제1항이 예외적으로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견해(이영규), 법 제959조의20 제1항에서 후견계약의 등기 시점에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법정후견신청 이후 후견계약이 등기된 경우에도 위 규정이 적용된다는 견해(대법원 결정)가 있다.

생각하건대, 사건본인이 후견계약의 법률적 의미와 효과를 이해할 수 있다면, 자신의 의사에 따라 후견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것이고, 법정후견신청이 반드시 사건본인의 의사 또는 그의 복리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며, 법이 명시적으로 후견계약 등기시점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법정후견신청 이후 후견계약이 체결, 등기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후견계약을 우선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후견계약이 사건본인의 의사 또는 복리와는 관계없이 법정후견신청을 방해하기 위한 소위 ‘남용적 후견계약’에 해당하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법 제959조의20 제1항 소정의 “본인의 이익을 위해 특별히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가정법원은 법정후견개시심판을 하여야 할 것이다.

 

4. 나가며

이 사건 대법원 결정은 자기결정권 존중이라는 성년후견제도의 취지에 따라 임의후견이 법정후견보다 우선한다는 점을 확인하였고, 법 제959조의20 제1항의 해석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임의후견제도는 그 계약 체결에서 효력발생까지의 과정이 복잡하고, 임의후견감독인이 필수기관이라는 점에서 고비용의 구조를 예견하고 있는 등의 이유로 그 이용이 매우 저조한 실정인바, 성년후견제도의 도입취지에 따라 임의후견이 우선적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동 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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