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서쪽 끝자락에 있는 국회는 계절의 변화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강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출퇴근하다가 윤중로에 벚꽃이 만개하더니 지금은 드넓은 국회잔디밭에 신록이 짙게 깃들고 있다. 4년마다 인적구성이 변하는 국회의원과 달리 서여의도의 계절변화를 수십년 경험하는 국회공무원의 세계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변협신문 지면을 빌려 필자가 속한 국회사무처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국회사무처는 1948년 제헌국회가 개원하면서 출범하였고, 그 업무는 ‘국회법’과 ‘국회사무처법’에 자세하게 규정되어 있다. 본회의를 준비하는 의사국, 의원외교를 지원하는 국제국, 속기를 담당하는 의정기록과 등은 국회의 특색을 보여주는 부서인데, 국회사무처 조직구성 중 변호사로서 법률전문가의 역량을 발휘하는 대표적인 보직은 입법을 지원하는 법제실의 법제관과 각 상임위원회의 입법조사관이라 할 수 있다.

법제실은 입법자인 국회의원으로부터 발의하려는 법률의 작성을 의뢰받으면 법률안을 성안하여 의원실에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법제실의 담당 법제관이 법률안을 작성하고 법제관 전원이 참여하는 독회를 거치는데, 법률의 자구 하나하나가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독회과정에서의 토론은 매우 치열하게 이루어지며, 이후 국·실장의 결재가 완료되면 의원실에 법률안이 제공된다. 간혹 의원실의 요구가 전체적인 법률체계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의원실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하여 의원실의 요청사항과 법률체계를 조화시키는 것도 법제관으로서 필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법률안이 발의되면 각 법률안은 해당 상임위원회에 회부되어 심사가 이루어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위원회 중심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상임위에서의 심사가 사실상 최종심사의 성격을 가지므로, 상임위에 회부된 법안을 검토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상임위 입법조사관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다. 국회의원들이 검토보고서를 읽은 후 법률안을 살피는 경우가 많고, 특히 검토보고서에 제시된 법률안 수정의견이 그대로 법률로 의결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입법조사관들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검토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법률안 검토보고서뿐 아니라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대한 검토보고서 작성도 입법조사관의 중요한 직무 중 하나이다. 예산안 심의는 입법과 더불어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회의 책무이므로, 방대한 국가예산안에 내재된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내기 위하여 ‘국가재정법’ 및 정부회계를 이해하고 있는 것 역시 입법조사관이 갖추어야할 소양이다. 특히 사업관련 예산은 행정부 해당 부서의 존폐와 직결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예산안 검토는 행정부 국·과장들의 치열한 교섭이 이루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국회와 국회사무처의 직무에 대하여 대략적으로 소개하였다. 그간 법학교육이 해석법학에 치중한 측면이 있는데, 입법자가 세 마디만 수정해도 도서관의 법학서가 휴지가 되고 만다는 말이 있듯 입법은 법률업무를 구성하는 필수적인 한 축이다. 소송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도 입법으로 풀어낼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입법에 기여할 수 있는 국회사무처는 변호사로서 보람 있게 일할 수 있는 곳이다.

앞으로 입법부와 국회사무처에 대한 변호사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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