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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나침반]제4차 산업혁명 시대와 법률가의 역할
이원우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  |  lww@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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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3호] 승인 2017.06.19  10: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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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각광받는 용어는 단연코 제4차 산업혁명이다. 학계·경제계·법조계를 막론하고, 정치·경제·사회·문화·과학기술 등 문제되는 분야가 무엇이든, 모든 중요한 담론의 화두가 되고 있다. 정보화, 디지털화, 사이버혁명 등 그동안 이 자리를 차지했었던 유행어의 변종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그 영향력이 실로 막대하다. ICT기술과 친근해 보이는 서비스산업은 물론이고 전통적인 제조업, 나아가 농·수산·축산업에 이르기까지 전체 산업의 환골탈태를 요구하고 있다. 공학, 의학, 생물학, 생명공학 등 이공분야는 물론이고, 정치학·경제학·사회학·심리학·법학, 철학·윤리학·언어학 등 인문·사회과학과 예술분야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문분야에서 제4차 산업혁명이 야기할 문제를 풀기 위해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은 당장 우리나라가 처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과제다. 지금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부족과 소득·자산의 양극화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심화되고 있다. 소위 명문대를 졸업한 청년들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다, 다른 나라로 나가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형편이 나아져 좋다고 인터뷰를 한다. 가슴이 먹먹할 뿐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서 공공부문의 일자리창출로 돌파구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것만으로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 공공부문의 노력이 마중물이 될 수 있기 위해서는 시장 자체의 성장동력이 회복되어야 한다.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의 창업이 활기를 띠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든든하게 성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혁신과 융합을 통한 창의적인 경제활동이 보장되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작금의 사회경제적 문제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만들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밝지만은 않다. 2016년 8월 18일자 한국은행 보고서 ‘제4차 산업혁명’에서는 주요국가의 제4차 산업혁명 준비정도를 부문별로 순위를 매겨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순위 25위, 법률시스템의 경우 조사대상국가 139개국 가운데 62위에 그치고 있다. 현재의 법률시스템 하에서 우리는 제4차 산업혁명의 국제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요구가 법률가에게 제기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지만, 법률가들은 대체로 소극적이다. 그동안 우리 법률가들은 송무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송무는 본질적으로 사회적 병리현상 다루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법제도의 병리적인 현상에 더욱 익숙하다. 제도를 설계할 때도 정상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하여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그러한 제도의 병리적인 현상을 사전에 방지하는 데 더 큰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다.

자율주행자동차, 핀테크, 의료-바이오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은 인류의 삶과 문화를 크게 진전시킬 것이지만, 예측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위험도 수반하게 될 것이다. 법은 새로운 기술혁신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적절히 규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혁신 자체를 저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병리현상이란 극히 예외적인 것이다. 어떤 행위가 병리현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바로 그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쉽게 가서는 안 된다. ‘혁신과 창의’는 ‘자유’라는 요람에서 자라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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