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혐오발언(표현)이 본격적으로 사회 이슈화된 것은 2012년 일간베스트의 등장과 관련이 있다. 이 시기 ‘혐오표현’ ‘혐오발언’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당시 국회는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법안을 몇 차례 발의한 바도 있다. 그러나 수년 간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혐오표현 개념과 규제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여전히 미정이다.

2. 개념과 유형

국제사회에서 혐오표현 문제가 최초로 문서화 된 것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과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이다. 자유권규약 제20조 제2항은 “차별, 적의 또는 폭력의 선동이 될 민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증오의 고취는 법률에 의하여 금지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인종차별 철폐협약 제4조는 체약국이 “어떤 인종이나 특정 피부색 또는 종족 기원을 가진 집단이 우수하다는 관념이나 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거나 또는 어떤 형태로든 인종적 증오와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증진시키려는 선전과 조직을 규탄하며 또한 이 같은 차별을 위한 고무 또는 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한 즉각적 조치를 취할 의무”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는 2015년 ‘온라인 혐오표현에 대항하기’라는 매뉴얼을 발간했는데 여기서 혐오표현을 “특정한 사회적, 인구학적 집단으로 식별되는 대상에 기반을 두고 위해를 가하도록 하는 선동(특히 차별, 적의 또는 폭력)을 옹호하는 표현”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외에도 학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유형을 제시한다.

3. 혐오표현에 대한 외국의 규제 현황

미국을 제외한 많은 나라는 혐오표현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캐나다 형법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특정집단에 대한 증오심-그러한 선동이 평화를 깨뜨리는 정도에 이르는 경우-을 선동하는 행위는 처벌된다. 또한 고의적으로 특정집단에 대한 증오심을 조장하는 행위 역시 처벌된다. 다만 모든 혐오표현이 처벌되는 것은 아니고 진실이라거나, 선의로 종교에 대한 논쟁을 유지하고자 하는 경우, 진실이라고 믿는 한도 내에서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었을 경우, 선의로 문제점을 지적한 경우 등에는 제외된다. 독일은 ‘일반평등대우법’에서 차별적 괴롭힘과 차별지시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일정한 국적, 인종, 종교 또는 출신민족으로 이루어진 집단, 특정 성적지향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나 개인에 대한 모욕, 악의적 비방,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인간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와 이들에 대해 증오를 선동하는 행위는 별도의 형법조항을 통해 규제하고 있다.

일본은 2015년 ‘오사카시 헤이트스피치 대처에 관한 조례’와 2016년 ‘본국(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위한 대책 추진에 관한 법률’을 채택하여, 출신 민족 및 국적 등에 기반한 혐오표현에 대하여 규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표현의 자유를 중시한 결과 혐오표현에 관한 규제는 다른 나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어떠한 한계도 설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R.A.V. v. St.Paul 505 US. 377,112 S.Ct. 2538, 120 L.Ed.2d 305(1992)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은 헤이트 스피치를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시 조례의 위헌 심사기준을 구체화(강화)하는 등으로 표현의 자유를 더욱 보호하고 있다.

4. 우리 법제상의 규제방안

혐오표현은 종종 표적집단과 그 구성원에 대한 모욕표현으로 나타난다. 형법상 모욕죄는 사실의 적시가 없는 경멸과 멸시로 추상적 관념을 사용하여 사람의 인격을 경멸하는 가치판단의 의사표시를 의미한다. 따라서 구체적 진술보다는 욕설이나 경멸적 용어를 사용한 혐오표현이 모욕죄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면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공공연한 혐오표현의 일부는 명예훼손죄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때 진실한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도 처벌의 대상이 되며 불법행위로써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다. 또한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사업주가 성희롱을 한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는 성희롱을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포섭하고 차별행위에 대한 구제조치 등의 권고를 통해 규제하는데 손해배상, 인사조치, 특별인권교육, 재발방지 조치 등을 권고하고 있다. 한편 괴롭힘에 관한 규제는 현행법상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가 유일하다. 이 법에서 “괴롭힘 등”이라 함은 집단따돌림, 방치, 유기, 괴롭힘, 희롱, 학대, 금전적 착취,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등의 방법으로 장애인에게 가해지는 신체적·정신적·정서적·언어적 행위를 말한다(동법 제3조 제20호). 장애에 한정하기는 했지만 현행법상 유일하게 혐오표현이 제도화되어 있는 규정이라 할 수 있다. 혐오적 표현의 피해자 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다(동법 제38조). 결국 혐오표현은 현행법상으로 어느정도 규제가 가능하며, 추후 형법을 개정하여 ‘혐오(표현)죄’를 신설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다만, 자칫 남용의 우려가 있어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유엔인권위원회가 명예훼손을 비범죄화 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5. 결론

혐오표현의 여러 해악을 고려할 때, 어떤 방식으로든 개입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규제의 방향은 단순히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혐오표현의 해악에 대한 국민적 인식 제고가 중요하다. 이는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가 ‘초등학생 바른말 쓰기운동’ 수준으로 비치거나 반대로 도가 지나쳐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남용적 규제로 발전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부분이다. 결국 단순히 법적 규제만이 아니라 교육, 인식개선, 각 기관별 대책 등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규제방안을 모색할 때 비로소 효과적인 혐오표현 규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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