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협회장, 취임 100일만에 세 번째 결실 기대 …법무담당관제 도입 법률안 발의돼
대한변협 “변호사 법무담당관 통한 투명하고 효율적인 행정 기대할 수 있을 것”

나경원 국회의원이 법무담당관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법·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7일 대표 발의했다. 이에 법조계는 지난 6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김현 변협 협회장이 협회장 취임 시 내걸었던 공약 중 하나인 법무담당관제 도입으로 세 번째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제49대 집행부가 출범하면서부터 법무담당관제 도입을 역점사업 중 하나로 정하고, ‘법무담당관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법무담당관 운영 실태를 파악하고 법무담당관제를 법제화하기 위한 초석을 닦아왔다.

김현 협회장은 “법무담당관제 도입으로 인사비리, 졸속정책 남발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법무담당관으로서 정책 입안·심의·집행 에 참여해 보다 투명한 행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률자문과 송무를 주로 수행하는 법무담당관을 변호사가 맡지 않는다면 효율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나경원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부조직법·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에 법적 자문 등을 하는 보좌기관으로 마련해, 이 기관에 변호사자격자를 법무담당관으로 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두 법률안이 통과되면 중앙행정기관 법무담당관은 소송 등 법무를, 지방자치단체 법무담당관은 △소송에 관한 사무 △행정심판에 관한 사무 △조례안 및 규칙안의 입안 △그 밖에 지방자치단체의 법무업무 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수행하게 된다.

나경원 의원은 “행정이 점차 복잡해지면서 정부가 정책 결정 및 집행과정에서 법적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법적 문제를 방지하고 문제 발생 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법안을 마련했다”고 개정안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1963년 말 법무관을 시작으로 법무를 담당하는 법무담당관 직제를 설치해왔으나 1998년 행정관리와 법무를 통합, ‘행정법무담당관’으로 개편하고, 2003년 이를 더욱 축소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법무담당관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화된 상황이다. 대다수 기관에 다양한 법률업무를 맡는 법무담당관 직제가 마련돼 있지 않거나 변호사자격자가 아닌 사람이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변협이 지난 3월 8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28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법무담당관으로서 근무하는 변호사자격자가 전혀 없는 기관은 249곳이다. 법률지원부서를 포함해 법무담당관 직제를 마련하지 않은 기관도 총 41곳에 달했다.

반면 외국에서는 이미 변호사가 법무담당관으로서 법령 입안과 적용 단계에서 법적 검토를 하고, 정책상 시행착오를 줄이고 분쟁을 사전 예방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와 주, 지방행정기관에서 변호사 수만명이 법무담당관(General Counsel 또는 Chief legal officer)으로서 일하고 있다. 정부 및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변호사가 모인 정부변호사협회(Government Lawyers Bar Association)가 있을 정도다.

미국변호사협회(American Bar Association)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정부 등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변호사는 전체의 약 24%에 달한다. 미국 법무담당관은 모두 변호사자격 보유자이며, 정부기관에서 활동하면서 입안 검토, 해석 자문, 계약서 작성과 체결, 분쟁해결 등 업무를 담당한다.

영국에서도 변호사가 헌법청 등 다양한 정부조직에서 국가 내 법률서비스를 맡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정부법률서비스(Government Legal Service)라는 조직에 속해 있다. 또 독일에서는 연방정부 행정공무원 대부분이 법대 출신이다.

법무담당관제 도입 시 효율성 높은 국정 운영, 투명한 공직자윤리 추구 등 이점

법조계에서는 법무담당관제가 도입되면 효율성 높은 국정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룬다.

행정법규 적용에 관한 분쟁은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 e-나라지표에 따르면, 행정소송 처리건수(상단 표 참고)는 2007년 1만1919건에서 2016년 1만8664건으로 6745건 늘었다. 2016년 기준 패소율은 11%(2056건)에 달한다.

김현 협회장은 이에 대해 “정부 내 법률전문인력 부족으로 인한 법리 검토와 소송대응 능력 부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대다수”라면서 “변호사가 법무담당관으로서 입안단계에서부터 법안을 검토해 법률적 문제를 없앤다면 분쟁이 줄어들 것”고 전했다.

이어 “행정소송이 있을 경우 법무담당관이 이에 대한 법률적 문제를 우선 해석하고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면서 “소송이 필요할 경우에는 외부 로펌에 소송을 맡기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외부변호사가 맡는 소송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법원에서 근무했던 A 변호사는 “실제로 일을 해보니 소송뿐만 아니라 입법과정에서도 변호사가 참여해야 할 필요성이 크게 느껴졌다”면서 “우리나라 입법은 정부 주도하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비법률가에 의해 이뤄지고 있어서, 입법단계부터 미비한 부분이 있어도 나중에 행정처분 단계에서도 대충 넘어가고 그로 인한 문제가 분쟁해결단계에서도 계속 영향을 끼치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예전에는 변호사 숫자가 적어서 뽑고 싶어도 뽑을 수 없는 환경이었지만 이제 변호사 수가 굉장히 많이 늘어났으므로 기관에서 변호사를 채용하려고만 하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중견변호사는 “행정작용이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그 피해를 받는 것은 결국 국민”이라면서 “법률전문가가 법무담당관을 함으로써 법치주의를 확립해야 국민에도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법무담당관은 공직자가 보다 윤리적으로 공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에 위법행위를 예방하는 역할도 한다.

미국에서는 법무담당관이 공직자 윤리강령을 제·개정, 시행, 해석하며, 공직자가 이를 위반할 경우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 등 과정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공직자가 윤리강령을 준수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역할을 한다. 공직자가 제출하는 재산 관련 보고서도 법무담당관이 검토한다.

새로운 정책 시행 시에도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현 협회장은 “행정기관에서는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때 법률전문가 검토를 거쳤다는 점을 들어 국민을 설득할 수 있고, 공직자도 정치적 보복이나 법적 책임 추궁에서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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