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전 세계를 발이 부르트게 뛰어다녀야 살아남을 수 있는 척박함 속에서도 경제화, 민주화란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쥐었다. 늘상 강대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외교, 안보 상황도 이 나라의 역동성을 짓누르진 못했다. 흔히 불같다는 한국인의 성정 때문인지 지역, 세대, 빈부 등 온갖 갈등이 넘쳐나는데도 다이내믹 코리아는 도전과 열정이 가득하지 않은가. 사상초유라는 탄핵사태마저도 이 나라의 또 다른 건강함을 증명했다. 대통령 없이도 국민들의 일상 삶은 평온했기만 했고, 경제지수조차 양호하지 않았는가. 대한민국의 역동성이 실로 건강하고 탄탄한 에너지인 건 분명해 보인다.

허나, 한번 실패는 끝장이란 초조함과 일상이 돼버린 경쟁이 ‘헬 조선’이란 자학도 낳았다. 모두들 이 나라를 당장에라도 바꿀 듯한 대단한 구호를 외치고, 듣기에도 거창한 정책들을 앞 다투어 내세웠지만, 국민은 이곳을 지옥이라 부른다. 더 행복하기는 커녕, 더 다급하고, 더 삭막하기만 하다. 분명 거창한 국가적 과제로 일시에 해소할 수 있는 건 아니리라. 과연 피곤함이 켜켜이 쌓인 이 나라 국민에게 더 큰 부채질을 하는 게 옳은지 가만히 생각해 본다.

오히려 작은 가치를 되찾게 도와주는 게 더 나은 건 아닌가. 아이 낳고 오순도순 살아가는 일상의 행복 같은 거 말이다. 제대로 숨 돌릴 틈 없이 앞만 보고 뛰어온 이 나라 역사 속에서 어느새 하나 둘씩 잃어버린 것들, 보이지 않지만 너무도 소중한 가치들 말이다. 존경, 우정, 친절, 사랑, 희생, 가족이란 가치, 어느덧 우리 곁을 떠나버린 이 잃어버린 단어들을 찾아주는 리더십은 없는가. 성과로 나열할 순 없더라도 말이다. 이젠 국민들도 세상을 바꾸었단 찬사를 원하는 지도자를 찾는 게 아닐 거다. 잃어버린 가치 속에서 망연자실 혼술을 기울이는 국민들에게 진정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지지대를 세워주는 한 사람을 바랄 거다.

그렇다. 새 정부는 국민에게 ‘쉼’을 주었으면 한다. 역동적이고 건강한 국민의 에너지가 마음껏 방출될 수 있는 진정한 가치를 찾아주면 좋겠다. 당리당략을 애국으로 포장해 서로 날을 세우는 정치는 제발 그만했음 좋겠다. 갈등을 조장하고 증오를 부추기는 편가르기도 이제 신물이 난다. 새 정부의 지도자는 다양한 국민의 소리를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도자의 권위는 ‘자리’가 주는 게 아니란 걸 전직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이 알려줬다. 지도자의 권위는 바로 국민들의 인정과 존경이 세워주는 거란 생각이 들게 했다.

국내외적으로 감당키 벅찬 위기상황일지라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초불확실 시대라 할지라도, 새 대통령은 다이내믹 코리아의 저력을 믿고 희망의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분명 다이내믹 코리아는 지금의 위기를 미래의 기회로 바꾸는 방향타를 제시할 거다. 부디 대립과 반목으로 얼룩진 국론분열을 종식하고, 통합의 리더십으로 역동적인 공동체를 구현해 주면 좋겠다. 우리들도 좌절과 분노를 모두 떨쳐내야 하지 않을까. 마음과 뜻을 모으고 단단히 추슬러야 한다. 한사람 한사람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가 이 나라의 미래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는 걸 직접 체험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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