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오늘 일정은요” “대표님, 서면 작성 완료했습니다” “대표님, 의뢰인이 오셨습니다” “대표님, 이 방향이 맞나요?” “대표님….”

사무실에 출근하는 그 순간부터 나를 향한 팀원들의 이와 같은 부름은 계속된다. 이와 같은 물음에서 잠시 숨을 돌리는가 싶으면 어김없이 의뢰인, 상담을 원하시는 분들, 각종 협회 등에서 함께 하시는 분들의 연락을 받곤 한다.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지만 아직 작성하지 못하고 있는 논문은 순간순간 내 마음을 두드린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가정으로 돌아가면 아직 어린 아이가 수시로 “엄마”를 부르며 함께 이야기하고 시간을 나누기를 원한다. 이와 같은 각각의 역할들로 인해 나는 분단위로 약속을 잡고 계획을 세우며 살아가야만 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일과 연구, 가정 모두 내게는 각각 너무 소중한 영역들이기에 어느 것 하나 소흘히 하고 싶지 않아 종종 무리하게 일정을 잡고, 결국 모든 일정을 마치고는 심한 피로감에 지쳐 잠들기도 한다. 누군가는 내게 “사장님 나빠요”할 사장님도 없는데 왜 이런 삶을 선택했냐고 질문을 한다. 때로는 각각의 역할을 다하기가 힘에 겨워,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기도 한다.

그렇게 잠시 ‘이와 같은 삶이 내 삶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생각을 하고 나면, 어느 순간 문득 생각이 정리되는 것을 느낀다. 또한 지속적으로 나를 불러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산적한 일들과 수행해야 할 많은 역할들이 가끔은 나를 힘들게 할지라도, 그러한 일들이 나를 매 순간 더욱 충실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론에 다다르는 순간, “다시는 같은 이유로 지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또한 부름에 응답하였던 순간을 통해 나는 내 삶의 방향성을 결정하기도 했다. 전공을 선택하였던 일, 가정을 이루고 개업을 하고 사무실을 운영하였던 순간들을 돌아보면, 각각의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부름에 응답’하는 것이었다. 변호사로서의 삶을 생각만 해도 마음이 설렜기??nbsp;기꺼이 그 부름에 응답해 법학을 공부하고 변호사로서의 진로를 선택했으며, 평생을 함께 하며 서로를 신뢰하며 가정을 이루고 싶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기에 결혼을 하게 되었고, 변호사로서 이루고 싶은 삶의 모습이 있었기에 개업을 선택하였다. 또한 하고 싶은 일을 함께 하고 싶은 분들과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기에 “이런 일들이 있는데 함께 해 볼래요?”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기꺼이 함께 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부름에 응답’하는 삶의 과정들이 모여 현재의 나를 이루고 있다.

앞으로의 내 삶에는 또 어떠한 부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 부름은 반복되는 일상에 속한 것일수도 있고, 삶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큰 흐름 중 하나일수도 있을 것이다. 때로는 각각의 부름들에 답하는 것이 지난하고 고된 것처럼 느껴지도 모르겠다. 설령 그러할지라도, 어떠한 것이든 소홀히 대하지 않고 “부름에 응답하는 변호사가 되자”고 다짐하게 된다. 10년 뒤에도, 20년 뒤에도, 언젠가 생을 마치는 그 순간까지도 온전히 ‘부름에 응답하는 사람’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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