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살던 집이 재건축이 되면서 쫓겨나듯이 나가야된다거나, 믿고 있던 집주인이 돌연 보증금을 못주겠다고 하는 경우와 같은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면 그때서야 일반인들은 변호사를 찾게 된다.

다급하게 변호사를 찾아간 의뢰인은 자신의 상황을 설명함과 동시에 자신이 지금까지 얼마나 성실하게 살아왔는지를 변호사에게 어필한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억울한 내가 소송을 제기한다면 ‘확실하게 승소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를 말해주되 패소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한다.

이야기를 모두 듣고 있던 변호사는 그때부터 고민에 빠지기 시작하고 지금부터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에 동상이몽의 상황이 시작된다.

변호사가 듣기에 의뢰인의 상황에서 소송에 승소할 가능성이 90% 이상이라는 판단이 들더라도 남은 10%의 패소할 가능성이 현실화되거나 의뢰인이 설명해주지 않은 다른 요인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승소를 섣부르게 단언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승소할 가능성도 있지만 의뢰인의 말대로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러한 경우에는 패소할 수도 있다고 말해준다.

한편, 질문을 한 의뢰인은 변호사에게 자신이 패소할 가능성을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했지만, 내심 변호사의 입에서 듣고 싶었던 말은 ‘무조건 이길 수 있다’라는 말이었다. 내 사건은 너무도 억울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고 믿는 의뢰인들에게 패소가능성에 대해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변호사는 그저 자신감 없는 변호사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는 내 사건을 ‘무조건 이길 수 있다’라고 말해주는 변호사를 찾아 떠나게 된다.

이렇게 의뢰인을 떠나보낸 변호사는 사건수임을 위해서는 승소를 확신해주는 변호사가 되어야했구나 하는 자책을 하게 된다. 변호사를 찾아온 의뢰인들과의 상담과정에서 흔히 일어나는 위와 같은 상황은 여전히 필자와 같은 청년변호사에게 고민이 되는 상황이다. 바란다면 변호사를 찾아오는 의뢰인부터 무조건 승소를 장담하는 변호사가 결코 좋은 변호사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경험을 바탕으로 패소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좀 더 경청해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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