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의 도입취지 중 하나는 시험 위주의 도구적 법률지식 학습 관행을 지양하고 다양한 분야에 특화된 전문 법조인의 양성 및 실무중심교육에 있다. 기존의 법학과 출신 외에도 다양한 단과대학 출신의 법조인을 양성함으로써 법조계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갈수록 복잡해지는 법률사건에 있어서 보다 유연한 시각과 관점을 갖춘 법조전문인력 배출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도입취지에 알맞은 로스쿨 제도 운영을 위해서는 단순히 비법학 출신의 입학생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입학 후에도 다양한 분야의 교양법학 학습 및 학내 자치활동의 확대, 지역사회와의 연대 등이 고루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로 법률상담소 운영을 통해 학생들이 그 해결책을 제언하는 리걸클리닉, 공익 및 인권 관련 사회문제에 대하여 학술세미나 등을 진행하는 공익인권법학회 등이 학내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학생들은 다양한 자치활동을 통해 사회 속 법학을 실천하고 있다. 앞서 로스쿨을 졸업하여 법조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배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이 같은 활동을 통해 많은 것들을 얻었다고 한다. 사람, 사람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오늘날의 진로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의 로스쿨에는 그와 같은 여유가 없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급격히 떨어짐에 따라 로스쿨 내 교양법학 과목은 폐강위기에 처해있고 자치활동은 그 가짓수와 활동범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수험공부로 빠듯한 시간에 비수험적 활동에 내어줄 시간이 없는 셈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대화는 사라지고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위한 치열한 눈치싸움만이 남아있다.

3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지금껏 배워온 것들보다 훨씬 많은 양의 법학지식을 습득하고, 지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 속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저마다 각양각색의 배경에서 길러온 강점들을 유지·발전시켜 졸업 후에도 전공지식과 법학지식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로스쿨 출신 법조인의 강점일 것이기 때문이다.

고육지책(苦肉之策)은 실로 극한의 상황에서 제 몸을 버리면서까지 내놓는 방책이지, 적어도 교육에 있어서는 그 어떤 ‘버려도 될 시간’은 없다.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며 경청하는 것은 지혜의 영역이다”라는 올리버 웬델 홈즈 판사의 말처럼 모든 말하고 듣는 시간은 법서를 정독하는 시간만큼이나 소중하다. 의뢰인의 말이라는 문제를 경청하여 지혜를 활용해 최선의 답안을 도출해야하는 변호사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수험법학에 매몰되어 가장 본질적인 것들을 놓치지 않는 로스쿨 생활이 되기를, 그리고 학생들이 그런 생활을 마음껏 하면서도 면학할 수 있는 변호사 시험제도가 자리 잡기를 바라본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