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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헌법판례이야기]표현의 자유와 내용규제적 제한
임지봉 서강대 법전원 교수·헌법학  |  jibongl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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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호] 승인 2017.05.29  10: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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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개정헌법 제1조는 1789년 9월 25일에 발의되고 1791년 12월 15일에 비준되어 미국 연방헌법에 들어간 10개의 기본권 조항들, 즉 ‘권리장전 조항들(Bill of Rights)’의 맨 앞에 위치하고 있다. 이 조항은 “연방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또는 자유로운 신교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또한 언론, 출판의 자유나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및 불만사항의 구제를 위하여 정부에게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종교의 자유, 언론, 출판, 집회의 자유, 청원권을 권리장전의 서두에서 천명하고 있다.

이 개정헌법 제1조상의 여러 기본권들 중에서도 표현의 자유가 단연 돋보이는 기본권이다. 표현의 자유야말로 주권자인 국민이 자유롭게 자신의 사상이나 의견을 표현할 수 있게 함으로써 주권자의 뜻이 국정에 반영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기본권이므로, 개인 인격 발현의 수단이라는 의미 못지않게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에 의한 지배’를 의미하는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표현의 자유도 필요부득이한 경우에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제한될 수 있다. 특히 민주사회에서는 주권자인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때, 그 제한이 내용중립적인 제한이냐 내용규제적 제한이냐가 큰 차이를 낳는다. 이 문제와 관련해 일찍이 미국 연방대법원은 1940년에 칸트웰 대 코네티컷 판결(Cantwell v. Connecticut, 310 U.S. 296)을 내렸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칸트웰(Cantwell)은 보도 위에 서서 모든 다른 종교, 특히 가톨릭을 부정하는 주장을 담은 녹음 내용을 행인들에게 틀었다. 그는 행인들을 위협해서 강제로 자신의 녹음된 말을 듣게 하려 하지는 않았다. 그 녹음된 말은 모욕적이긴 했지만 폭력을 부르는 것은 아니었다. 칸트웰은 치안방해죄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았고, 그는 이 사건을 연방대법원에 가지고 갔다. 로버츠(Roberts) 대법관이 집필한 다수의견은 공공의 안전과 건강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초래하는데 까지 이르지 않은 말은 공공안전 유지를 구실로 제한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음은 그 추론의 요지이다. 연방헌법은 사상의 자유로운 소통은 중요한 가치이며, 사상의 자유로운 소통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상태를 보존하려는 욕망보다 더한 그 무엇이 요구되어 진다. 즉, 공중에 대한 긴박한 위협이 요구되어지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녹음은 일부에게는 감정을 거스르는 것이 될 수 있으나 폭력을 불러오는 등 공중에 대한 다른 위협이 되었던 것은 아니다. 하급심 판결을 파기한다.

이 판결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다수의견을 집필한 로버츠 대법관은 칸트웰이 유죄판결을 받은 이유는 녹음기를 틀어서 소음을 발생시킨 것 때문이 아니라 녹음 내용 때문이라는 점을 날카롭게 들춰냈다. 소음 규제는 허용가능하다고 봤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것은 뒤집어 이야기하면 내용중립적인 표현의 자유 제한이 내용규제적인 표현의 자유 제한보다 더 큰 재량을 가진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표현의 자유 규제에서 표현의 ‘내용’을 고려한 내용규제적인 제한은 내용중립적인 제한보다 ‘위헌심사’라는 난관을 통과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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