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동서고금
[동서고금]검찰 버리기
이일권 변호사  |  poohinblue@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640호] 승인 2017.05.29  10:28:0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민정수석은 검찰의 수사를 지휘해서는 안 된다.”

조국 교수가 청와대 신임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직후, 민정수석의 검찰 수사 지휘 여부를 묻는 언론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그걸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 이 말은 지금까지 민정수석이 검찰에 수사지휘를 해왔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수사 당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를 지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수사를 전후하여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과 빈번하게 전화통화를 주고받았다. 청와대가 법무부를 통하여 검찰에 사실상 수사 지휘를 했다는 의혹이다. 하지만 검찰은 우 전 수석과 안 국장의 통화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개별적·구체적 사건에 대하여 검사에게 수사를 지휘할 수 있는 사람은 수사검사의 소속 상급자와 검찰총장이다. 검찰 밖에 있는 사람은 법무부장관이 유일하다. 하지만 법무부장관도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 검사에게 직접 수사를 지휘할 수 없다. 검찰총장을 통해 지휘할 수 있을 뿐이다. 검찰청법은 정치적 외압에서 검사를 보호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하여 이런 규정을 두었다.

하지만 현실에선 검찰청법의 규정과 정신이 무시됐다. 청와대는 검찰의 독립을 외면했다. 청와대는 검찰을 통해 수사를 지휘했다.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를 했다. 검찰은 스스로 정치적 중립을 포기했다.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집권 세력을 위해 검찰권을 행사했고 때론 남용했다.

청와대와 검찰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은밀하게 권력을 공유했다. 검찰은 청와대가 관심을 갖는 사건의 수사 진행 상황과 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법무부를 통해 청와대에 전달했다. 때론 직접 보고도 했다. 청와대는 검찰 수사를 지휘하려고 검찰 출신 민정수석을 임명했다. 민정수석을 통하여 다시 법무부와 검찰에 구체적 사건에 대한 향후 수사 방향과 결론을 전달했다. 청와대 하명사건의 주임 검사는 민정수석이 되기도 했다.

검사는 인사 욕망이 강한 편이다. 좋은 보직을 받고, 승진하고 싶어 한다. 검찰 인사권은 법무부장관에게 있다. 하지만 민정수석도 검찰 인사권을 일부 행사한다. 누구나 탐내는 중요한 보직을 청와대 의중을 잘 따르는 검사에게 맡긴다. 검찰 인사가 발표되면 영전하고, 좌천되는 사람이 갈린다. 후배 검사들은 인사의 속뜻을 알아챈다. 일부 검사는 적극적으로 정치검사가 되고 싶어 한다. 청와대는 인사권을 활용해 정치검사를 만들고 키워왔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화두로 꺼냈다.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에서 제대로 수사했으면 한다”고 말하자 또 수사지휘 논란이 일었다. 일부는 정치보복으로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확대해석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은 검찰에 대한 포괄적 수사지휘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이른바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한다. 청와대는 검찰을 마음대로 조종하고 싶은 욕망이 크다. 마약 같은 수사지휘 욕구를 끊어야 한다. 김대중 정부는 이렇게 말했다.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청와대가 검찰을 버려야 검찰이 바로 선다’일 것이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여풍당당 여변]나를 숨쉬게 하는 따뜻한 말 한 마디
2
국민 위한 ‘인지대 상한제’ 발판 마련됐다
3
검찰 조사 시, 변호인 메모 전면 허용
4
인천회 봉사단, 한가위 봉사활동
5
[사내변호사 길라잡이]기업회계와 준법통제
Copyright © 2017 대한변협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