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마련, 적정 감사 보수 기준 마련 방안도 제시해
“아파트 관리비, 수십억원까지 집행되나 법적통제는 부족 … 변호사가 감사해야”

변협이 변호사를 아파트 감사로 선임함으로써 아파트 입주민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입법에 적극 나섰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그간 변호사를 아파트 감사로 선임하는 방안 도입을 위해 노력해 왔다. 도시민 중 60% 가량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고, 1년에 관리비 수십억원이 집행되지만 관리비에 대한 법적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아파트 관리비 비리 문제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등 간부나 관리소장이 합심해서 진행되므로, 입주민 권익 보호를 위해서는 아파트 감사가 필수적이다.

공동주택관리시스템에 의하면, 의무관리대상 아파트 수(1면 상단 표 참고)는 2013년 1만3601단지에서 2017년 5월 1만5173단지로 늘었다. 아파트 관리비도 2013년 1m²당 2095원에서 2017년 2265원으로 뛰었다.

김현 변협 협회장은 “변호사를 대규모 아파트 상임감사 또는 중규모 아파트 비상임감사로 선임하도록 의무화해서 업무감사를 실시함으로써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아파트 관리비에 대한 사전적법적 통제 역할을 수행토록 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변협에서 아파트 관련 각종 비리를 근절하고, 국민의 주거수준 향상을 위해 공동주택 감사제도 도입을 위한 법률안 마련 및 대국회 활동에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협은 현재 공동주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마련해 입법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변협이 마련한 개정안에 따르면, 변호사는 감사로서 관리비사용료 및 장기수선충당금 등을 부과·징수지출보관하는 회계 관계 업무와 관리업무 전반에 대해 관리주체 업무를 감사하게 된다.

강남에서 근무하는 A 변호사는 “이해관계, 각종 자체 징수금, 관리비 등 생각보다 법적 이슈가 많은데도, 무지나 무관심으로 인해 모니터링이 되고 있지 않다”면서 “투명성을 제고하고 불필요하게 걷어가거나 유용되고 있는 재원 등을 철저히 감시해서 각 세대원들의 권리 보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은 공동주택관리방법 입주자 대표 회의 및 관리규약, 주택 관리업자 등록요건 등 공동주택관리에 필요한 사항은 규정돼있으나, 관리법규 준수 감독에 필요한 법률지식을 보유한 감사 또는 감사기구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아파트 주거자 입장에서는 변호사가 아파트 감사 보수로 인한 관리비 인상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변협은 이에 대해 △공동주택 단지 규모와 입주자 수에 맞춰 임금을 유동성 있게 조율하거나 △근무형태(상근, 비상근, 겸직 등)에 따른 개별적 협의를 하고 △변호사 경력에 따라 차등을 두는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저가 감사’를 내세워 아파트 감사를 다량 맡은 뒤 ‘부실감사’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B 변호사는 “지나친 보수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저가입찰경쟁으로 인해 ‘부실감사’가 야기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근무 형태나 근무 시간, 경력 등에 따라 적정보수기준을 마련하는 방안도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이 2014년도 회계감사보고서 심리한 결과, 과도한 수임에 따른 대규모 부실감사가 다량 적발됐다. C 회계사의 경우에는 보조 회계사 5명과 6개월 간 192개 단지에 대한 보고서를, D 회계사는 101일 간 115개 아파트 단지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아파트 단지 1개당 평균 1일도 걸리지 않았다. 감사에 참여하지 않은 회계사가 감사보고서에 날인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변협은 ‘아파트 감사제도 도입을 위한 TFT’를 구성하고, 아파트 감사 제도 도입에 필요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또 지난달 10일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변호사를 아파트 감사로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지난달 18일에는 지난달 11일부터 4일간 아파트 감사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변호사 95%, 아파트 감사에 변호사 선임하는 제도에 ‘찬성’

이와 같은 변협의 행보에 변호사들도 찬성의 목소리가 높다. 변협이 지난달 11일부터 14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3면 하단 표 참고), 응답한 변호사 95%가 아파트 감사로 변호사를 선임하는 방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대의견을 밝힌 응답자는 11명에 불과했다.

변호사를 아파트 감사로 선임하는 방안에 찬성한 이유로는 △관리감독 사각지대인 공동주택에 대한 법률분쟁예방제도가 절실하기 때문에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동주택 관리와 운영에는 복잡한 법률적 사항이 의외로 많아서 비법률전문가가 모두 처리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에 등을 꼽았다.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는 변호사가 각종 법률적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 꼽혔다. 아파트 감사에서 드러나는 비리나 횡령 등 사건은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경우이므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직접 나서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E 변호사는 “일정 규모 이상 공동주택의 경우 입주자 대표회의와 공사를 수주 받은 자 간에 상당한 금액으로 아파트 유지, 보수 공사에 대한 도급계약이 이뤄지고, 계약 미이행 또는 공사 하자로 인하여 법적인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에 계약체결 과정과 계약 미이행으로 인한 문제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F 변호사 역시 “주택법, 집합건물법 등 해석에 법률전문가 조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변호사를 감사로 선임할 경우 감사로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변호사도 87.4%에 달했다. 지원할 의사가 없다고 응답한 변호사 대다수는 “현업과 병행하기 힘들어서”를 이유로 들었다.

외부회계감사, 부실감사 논란 … 개선 노력 중

정부는 아파트 관리비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 2015년부터 공동주택 외부회계감사를 의무화했으나 국민이 제도 개선 효과를 체감하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이 2016년 3월부터 2017년 2월 외부회계감사대상 9009개 단지 중 대량 수임 등으로 감사품질 저하가 의심되는 3349개 단지를 심리한 결과, 1800개(53.74%) 단지에서 부실감사가 적발되기도 했다. 조사 결과 ‘공사계약 관련 검토 소홀’ ‘장기수선충당금 부과 검토 소홀’ ‘감사업무 미참여’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해당 회계사들에게 직무정지 등 징계를 내렸으며, 아파트 회계 감사 기준을 만드는 중이다.

다만 이미 아파트 입주민 사이에서는 회계감사에 대한 불신이 싹터 이를 해소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시흥동에 거주하는 아파트 입주민 G씨는 “내가 내는 아파트 관리비가 적절하고 투명하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회계사가 감사하니 이를 믿고 있었는데 비리를 지적해야 하는 감사가 ‘날림감사’를 하기도 한다니 내가 사는 아파트 회계감사가 제대로 감사를 했는지 불안해졌다”고 전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아파트 회계 처리 기준을 단일화해 회계연도를 통일하고 회계감사 대상을 결산서에서 재무제표로 명확히 하는 등 노력을 기하고 있다. 또 지난 23일에는 ‘공동주택 관리비리 신고센터’ 설치를 내용으로 하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이 개정안은 관계기관 협의 등 후속조치를 거쳐 오는 10월 1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에 의견이 있는 단체 또는 개인은 오는 7월 4일까지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의견서를 제출(주소: 세종특별자치시 도움6로 11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 팩스: 044-201-5684)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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