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들어 창밖을 본다. 시선이 머무는 그 곳에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다. 나뭇가지마다 아기의 연한 볼살처럼 부드럽게 빛나는 연두빛 잎새, 초록빛이 조금 더 진해진 나뭇잎, 꽃이 진 자리에 이제야 뾰족 올라오는 잎사귀 등…. 멀리서 볼 때는 초록빛 한가지 색인줄 알았는데, 가까이 보니 연두빛, 연초록, 진초록 등 다양한 색깔이다. 모여 있으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만 높이지 않고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5월을 노래하고 있다.

그런데 자연에서 잠시 시선을 돌려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 인간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목소리들이 불협화음 속에 난무하고 있다. 자연은 말이 없이 때를 달리하여 꽃 피우고 질 때는 아름다운 소멸을 받아들이며 그 자리에서 생명의 찬가를 합창하는데, 우리 인간은 다른 생각을 틀린 것이라 비난하며 서로 적대시한다.

그런데 만일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한 가지 생각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얼마나 더 무서운 세상인가? 사람은 성장배경과 경험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고, 세상은 다양한 생각들이 모여 서로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이루면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어 가는 곳이 아니던가? 생각이 다르다고 하여 틀렸다고 하지 말고 ‘왜 다르게 생각할까’ 귀 기울이는 것이 성숙한 시민의 모습이다.

지난 5월 9일, 대선을 통하여 새 대통령이 선출되었고, 그동안 어수선했던 나라 분위기가 정리되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각 후보와 진영들은 서로를 깎아내리고 비방하였지만, 이제 우리는 같은 ‘대한민국’호 한 배를 탄 사람들이다. 새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였든, 지지하지 않았든 모든 국민의 생각을 열린 마음과 열린 귀로 듣고 국가의 최고 지도자로서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를 향해 국민과 함께 나가야 할 것이다.

새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셨다. 단순히 선언에서 끝나지 않고 정말로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가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상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위대한 나라는 대통령 혼자의 힘만으로는 되기 어렵다. 국민은 물론 정치인들도 자신이 지지하였든, 지지하지 않았든, 정치노선이 다르고 이념이 달라도 분열 대신 건전한 비판을 통해 국정운영의 참여자로서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여와 야, 보수와 진보는 역사 및 현상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다를 수밖에 없으나, 생각이 다르다고 하여 서로의 잘못을 들추는 데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자유롭고 행복한 대한민국의 미래에 시선을 두고, 서로의 건전한 비판과 충고를 수용하면서 손잡고 나가야 할 것이다.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하여는 여와 야,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새 대통령은 특별히 법조인이시니 헌법정신을 늘 기억하면서 군림하는 법치가 아닌 섬기는 법치주의가 국민의 삶 속에 뿌리내리게 하고, 청년 법조인들의 아픈 외침에도 귀를 기울여 주시면 좋겠다. 88올림픽을 앞두고 전 국민이 가슴 뛰는 감동으로 한마음이 되어 노래한 것처럼, 손에 손잡고 희망의 나라로 함께 걸어 나가야 할 것이다.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우리 사는 세상 더욱 살기 좋도록’ 함께 노래하며 흥겨운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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