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상 이혼사유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는 가정폭력이다. 가정폭력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배우자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것이기에, 그 정도가 심하든 약하든 간에 당사자의 자존감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낸다. 특히 심한 가정폭력에 시달린 분들은 소송 초기에 ‘상대방이 찾아오진 않을지’ ‘보복 당하지 않을지’ 등 여러 이유로 두려워하는데, 소송이 상당히 진행된 뒤 그런 위험에서 안전하다는 것을 느낀 뒤에야 안심하곤 한다.

그렇기에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 배우자로부터의 접근금지이다. 보통 이혼소송에서 함께 이루어지는 것은 가사소송법에 의한 접근금지 사전처분이다(제62조).

사전처분은 법문상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처분’을 할 수 있는 것이기에 거주지, 직장 등에의 접근금지 뿐만 아니라 문자, 이메일 금지나 명예훼손적 행위 금지 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여러 내용의 처분을 요청할 수 있다. 이런 사전처분은 해당 사건 끝날 때까지 효력이 있으며 위반 시 제재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인데, 보통 이혼사건 첫 기일에 사전처분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므로 통상 2~3개월 정도 기간이 걸린다.

한편, 만일 가정폭력에 대해 형사고소가 이루어진 상태라면 가정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이하 ‘가폭법’)상 임시조치가 가능하다. 이러한 임시조치는 가폭법 제29조상 규정된 내용의 임시조치만 가능하며, 기간은 임시조치에 따라 1개월 내지 2개월이고 2번만 연장이 가능하며 위반 시 제재는 500만원의 과태료이다(제65조, 다만 제29조 제9항에 의해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의 제재도 가능하다).

임시조치는 통상 3일 내지 일주일 이내에 결정이 나므로 사전처분보다는 훨씬 신속하게 결정되지만 형사고소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만일 형사고소까지는 원하지 않으나 강력한 접근금지를 원하는 경우라면 가폭법상의 피해자보호명령(제55조의2)을 활용할 수 있다. 피해자보호명령은 형사고소를 하지 않는 경우에도 할 수 있는데, 접근금지 기간은 6개월(최장 2년)이고, 불이행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 처벌을 받는 강력한 제재가 수반된다(제63조). 피해자보호명령은 가사조사절차까지 거치며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심각한 가정폭력의 경우에는 법원에서 보호명령을 신속하게 내려준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은 여러 접근금지조치가 있지만, 아예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상대방이 알 수 없게 하고 싶은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가정폭력 상담사실확인이나 쉼터입소사실확인, 사건처분결과증명서 등을 첨부하여 주민등록법상 주민등록표의 열람 또는 등초본 교부의 제한조치를 할 수도 있다(주민등록법 제29조). 다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보통 주소지에 따라 학교가 정해지는데, 전학을 가더라도 자녀들의 학교가 노출되어 피해자의 소재지가 파악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를 방지하려면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주소지 외의 지역으로 전학을 하면 된다(제4조의4).

구체적인 사건 내용에 따라 어떤 것을 활용할지가 결정될 것이나, 의뢰인이 정서적 안정을 찾아야 사건이 잘 진행될 수 있으므로, 변호사로서는 위와 같은 조치들 중 필요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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