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청년변호사개업지원본부’ 개설, 개업매뉴얼 마련 및 멘토링 서비스 제공
“변호사 수 급증으로 취업 힘들어져 … 열악한 현실 극복할 수 있는 기반 마련할 것”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변협이 청년변호사를 위한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지난 15일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청년변호사개업지원본부’ 현판식을 개최했다.

청년변호사개업지원본부(이하 ‘본부’)는 청년변호사 개업에 필요한 사항을 파악해 협회에서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개설한 것으로, 이날 현판식에는 김현 협회장을 비롯해 임원 20여명이 참석했다.

변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변호사 수로 인해 청년변호사의 취업이 갈수록 힘들어지자 개업하는 청년변호사가 늘어나고 있다”며 “그러나 개업 시 참고할 만한 안내서나 지침 등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변호사가 많아 이들의 고충 해결, 지원을 위해 본부를 개설하게 됐다”고 밝혔다.

본부장은 문성식 부협회장이 맡았다.

본부는 우선 변호사 개업 매뉴얼을 마련하기로 했다. 매뉴얼에는 △청년변호사의 업무광고, 매체(대한변협신문, 기타 일간지, 협회 홈페이지 등)를 통한 홍보 방법 △사무실 마련, 비품 구비 등 개업 준비 △변호사등록, 사업자등록 등 개업 시 필요한 각종 등록 사항 △사무직원 채용 및 신고, 사무직원 채용 결격사유 △사무실 운영과 관련된 세무·회계처리 등에 관한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또 멘토링 서비스를 실시해 청년변호사가 경력변호사로부터 개업에 관한 지도·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문성식 본부장은 “청년변호사가 개업하는데 있어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법조브로커에게 유혹당하거나 이용당할 위험이 있다”며 “본부는 브로커에 관한 주의사항과 신고방법 등을 공지하고, 브로커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본부는 개업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실무경력 10년 이하의 청년변호사를 대상으로 홈페이지나 이메일로 상담접수를 하고 분야별 담당자를 정해 안내할 예정이다. 구체적 방법은 추후 공문을 통해 알리기로 했다.

문성식 본부장은 “앞으로 개업하는 회원을 위해 각 분야별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고, 개업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사례를 수집하여 홍보할 것”이라며 “나아가 사무직원과 관련한 문제부터 세금문제까지의 자료 또한 축적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본부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변호사 수는 급증, 사건 수는 그대로

‘법률시장 위기’라는 말이 좀처럼 들어갈 생각을 않고 있다.

로스쿨 제도 도입 후 매년 2000명의 변호사가 배출되는 등 변호사 수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사건 수에는 크게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발간하는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5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총 2060만9851건으로, 2006년 1887만971건에 비해 1.09배 늘어났다.

그러나 전체 변호사 수는 2006년 8429명에서 2015년 2만531명으로 같은 기간 2.44배나 늘어난 수치를 기록했다.

충북회는 이달 초 월 평균 사건 수임 수가 10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충북회는 “충북지역 변호사 월 평균 사건 수임 수가 2007년 6.3건에서 현재 3.5건으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충북회 소속 변호사 수는 2007년 75명이었으며, 지난 4월 기준 변호사 수는 171명이다.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청년변호사의 고용현실은 더욱 열악해졌다.

법조경력 4년차인 서초동 A 변호사는 “야근, 주말근무에 대한 수당은 꿈도 꾸지 못한다”며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소형로펌의 경우 교통비 지원이 없어 재판 기록을 들고 지하철을 타고 다니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도 취업이 어려운건 마찬가지”라면서 “어쩔 수 없이 개업에 내몰리는 변호사도 많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본부 개설이 유의미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보다 안정적인 공기업, 사내변호사 채용에 변호사들이 몰리기도 한다. 최근 감사원에서 진행된 6급 변호사 채용에는 2명 모집에 114명이 지원해 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B 변호사는 “예전 변호사 수가 얼마 되지 않을 때는 선배변호사가 후배변호사의 변호사 등록비를 내주는 문화가 있었는데, 이제는 변호사 수도 많아지고 먹고 살기 힘들어지다보니 그러한 문화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고 아쉬워했다.

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철 청변특위 위원장은 “변호사 고용이 예전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용은 그대로인데 절대적인 변호사 수가 늘어나 고용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도 했다.

박철 부본부장은 “자의반 타의반 개업을 고민하고 있는 변호사가 많아지고 있으며, 요즘에는 고용변호사 생활을 하며 개업을 준비하는 변호사도 많아 본부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업 준비 변호사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두세 차례 토크콘서트 형식의 강연을 개최해 선배변호사들이 큰 꿈을 품고 개업하는 후배변호사를 위하여 고민을 해결해주고 조언해주는 자리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본부 개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C 변호사는 “개업에 있어 제일 어려운 부분은 사건 수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업에 필요한 사항은 아는 선후배에게 물어보면 될 것이고, 본질적 문제는 사건 수임인데 변협이 무슨 수로 해결해 줄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현실적 고민해결 나설 것”

변협은 변호사 일자리 창출에도 열심이다.

이달 중순에는 수임 기회를 확대하고자 ‘변호사중개센터’를 설립했으며, 센터에 등록하기 위해 이력서를 제출한 변호사 수는 지원자 모집 이주일이 지난 현재 360여명에 달하고 있다.

변협은 아파트 감사 제도 도입, 법무담당관 법제화 추진을 역점사업으로 삼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회활동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근본적 원인인 변호사 수 감축 또한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변호사 수급 정상화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현실 반영을 위해 관련 위원회에 변호사 위원을 증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현 협회장은 “본부를 통해 청년변호사의 개업 지원에 관한 사항, 개업 관련 고충 처리에 관한 사항을 지속적으로 보고받을 예정”이라면서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청년변호사의 현실적 고민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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