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 순수 재야 출신 법조인을 대법관으로 맞이해야 한다. 대법원은 법적 분쟁의 최종 해결기관이다. 법적 분쟁의 모습은 매우 다양하고 거기에는 당사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담겨 있다. 이런 다양한 형태의 분쟁을 해결하려면 판단의 기준도 그만치 다양해야 한다. 대법원 구성이 다양화돼야 할 필요성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대법원 설립 이래 단 한번도 우리는 순수 재야 출신 법조인을 대법관으로 맞이한 적이 없다. 대법원은 소위 50대, 남성, 서울대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이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소위 사법순혈주의가 지배하는 대법원의 구성은 판결에 다양한 가치관을 담아내기에는 부족하다. 소수자,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들의 입장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엘리트 법관 코스를 밟았다고 해서 소수자,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다고는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판결에 다양한 가치관을 담아내는 것은 제도적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사람보다 제도가 더 지속적이고 일관된 장치이다.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중 상당수가 전원일치 판결이라는 사실도 대법원 구성이 획일화되어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게 한다.

사법 선진국이라 여겨지는 미국 연방대법관 중 거의 전원이 변호사 또는 행정공무원, 법학교수, 검사 출신들로, 일본 최고재판관 중 다수가 변호사 또는 외교관, 대학교수 출신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러한 비율이 유지되고 있는 사실은 우리 대법원의 구성 다양화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대한민국 변호사의 수는 2만3000명이 넘는다. 이분 중에서도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해오신 분들이 많다. 순수 변호사 중에서 대법관이 배출되지 못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또한 대법관후보추천위원 중 6명을 대법원장의 영향 아래 두는 법원조직법과 피천거자가 사전에 공개될 경우 후보자에서 제외되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규칙도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도 대한변협의 대법원구성 다양화에 대한 주장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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