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는 관세법에도 실질과세원칙과 같은 기본적인 조세법의 원칙이 적용될 수밖에 없음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그 원칙이 실제 관세법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구체적으로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부분은 4가지 과세요건 중 하나인 납세의무자입니다. 관세법상 가장 기본적인 납세의무자는 화주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화주의 개념 역시 실질 과세원칙에 따라 정해짐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매매계약의 매수인, 구매자의 개념 역시 실질로 바라 보아야 함은 당연하다고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해외의 판매자 A가 국내 구매자 갑이 이를 구매하고(매매1), 갑이 아무런 가공도 없이 을에게 이를 매매하고(매매2), 을 역시 이를 병에게 아무런 가공 없이 매매하고(매매3), 병이 이를 사용하는 경우, 민법은 형식주의 원칙상 매매를 3개로 볼 수 있으나, 세법은 병이 사실상 형식상 매매를 중간에 끼워두고, 실질은 A와 병의 계약이라고 한다면, 병이 화주가 된다는 것입니다. 세법상 실질과세원칙을 이용하여 민법의 법률행위 해석을 수정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실질 과세원칙은 납세의무자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실무 출신 교수들은 실질과세원칙은 각 세법에 따라 적용 양태가 다르므로, 납세의무자의 경우에는 적용되나, 평가 협약에 따라 분명하게 해석되는 과세표준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판례의 설시를 고려하면, 관세의 과세표준에 있어서도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됨은 분명합니다. 관세의 과세표준을 다루는 작업을 관세평가(Customs Valuation)라고 하며, 이의 법원은 관세법이나, 이의 근원이 되는 것은 GATT 제7조 이행을 위한 관세평가 협약입니다.

이를 보면, 관세의 과세표준은 물품의 대가인 실제 지급액에 법정가산요소를 더하고, 법정 공제요소를 감하여 구합니다. 여기서 실제 지급액은 물품의 대가인데, 이는 크게 그 형식과 실질이 모두 물품의 대가인 직접지급액과 형식은 물품의 대가는 아니나, 그 실질은 물품의 대가인 간접지급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를 보면 간접지급액을 실제지급액으로 과세표준에 포함하는 이유는 바로 실질과세원칙 때문입니다.

즉, 형식이 아무리 물품의 대가 이외의 명목으로 되어 있더라도, 그 실질이 물품의 대가라면, 실제지급액으로 과세표준에 더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교육훈련비, 금융비용 등이 그 형식상 명목과 달리 물품의 대가로 볼 수 있다면 과세표준으로 삼겠다는 것입니다. 평가 협약에서도 이러한 비용을 간접지급액으로 보고 있고, 우리 시행령에서도 이를 간접지급액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법에 규정한 시행령 상 간접지급액은 모두 예시 규정입니다. 판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박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본 일부 논문에서는 이를 마치 열거 규정인양 설명한 곳도 많았습니다. 간접지급액을 과세표준으로 삼는 이유를 알았다면 이러한 논문은 등장하지 아니하였을 것입니다. 판례도 매번 시행령상의 이러한 비용이 예시규정임을 밝히고 있음을 고려하면 참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들입니다.

관세는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하여 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세표준은 세율만큼 중요하나, 이에 대한 연구는 전혀 없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부 학자들은 협약이 분명하여 해석의 여지가 없다고 하나, 위 사례만 보아도 전혀 사실이 아님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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