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민병두 의원 ‘준법지원인제도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개최, 각계각층 인사 참여
“준법지원인 미선임 기업 분기별로 발표해 압박할 예정 … 제도 확대 위한 입법 추진도”

‘준법지원인’을 최초 도입했던 김현 협회장이 제도 활성화를 위해 다시 한번 팔을 걷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지난달 25일 민병두 국회의원실과 함께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준법지원인 제도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민병두 의원은 개회사에서 “준법지원인 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일부 기업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등 제도가 크게 정착되어 있지 않다”며 “준법지원인 제도는 사전적·일상적인 감독시스템으로 이에 대한 실익이 무엇인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제도 확산을 위한 유익한 토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지난해 10월 준법지원인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의무선임 사항을 위반한 경우 해당 상장회사에 대해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상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김현 협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최근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조사를 받는 등 기업들의 준법·윤리경영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며 “준법지원인 제도를 제대로 정착시켜 경제분야의 법치주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전했다.

제일 먼저 이준길 법무법인 지평 고문이 주제발표에 나섰다. 이 고문은 “상법에 따라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의 상장회사는 법령 준수와 적정한 회사경영을 위해 임직원이 직무 수행 시 따라야 할 준법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하는데, 위 기준 준수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준법지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6월 기준 준법지원인 선임 대상 상장사 311개사 중 183개사(58.8%)만 준법지원인을 두고 있으며, 128개사(41.2%)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고문은 “2014년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준법지원인 선임 대상 기업이 준법지원인을 두지 않은 이유로는 과도한 비용과 실효성이 없을 것 같아서, 인센티브가 없어서라는 응답이 제일 많이 꼽혔다”면서 “심지어 응답한 기업 중 12.5%는 준법지원인 선임이 의무사항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고문은 준법지원인 선임을 위해 지출한 총 비용을 따져보면 인건비 외에는 별도비용 지출이 많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준법지원인 제도는 임직원의 경영활동 지원과 회사 내 준법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일종의 경영도구로, 단계적으로 적용대상을 넓혀가야 한다”며 “또 위 제도는 문제발생을 사전에 예방하는 제도로, 간과하기 쉬우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훨씬 중요한 만큼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부통제 체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미국은 2002년 내부통제 의무화를 규정한 기업회계개혁법을 제정하였으며, 2005년에는 모범회사법에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축·운용·감독할 의무와 책임이 이사회에 있음을 규정하는 등 개별 법률마다 특정분야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준법통제 내용을 규정하거나, 준법프로그램 구축·운영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이를 규율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런던증권거래소 상장규정에서 상장회사에 대해 연차보고서, 연차회계서류에 내부통제시스템 등에 대해 규정한 ‘통합모범규준’ 준수 여부를 공시토록 하는 자율규제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일본은 신회사법, 금융상품거래법에 내부통제 시스템에 관해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고문은 제도 활성화 방안으로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인 상장회사로 준법지원인 도입의무 대상 범위 확대 △준법지원인 미선임기업에 대한 제재 △준법지원인 선임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를 제시했다.

이 고문은 “미선임 기업에 대해 최소한 과태료 부과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며 “선임 기업에게는 미국과 같이 형사적·행정적·민사적 책임을 감경해주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정부나 공사·공공단체 등이 실시하는 입찰 등에 있어서 가점을 주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남대주 법무부 상사법무과 검사는 “법을 지키는데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준법지원인 선임 의무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도 있다”며 “궁극적인 제도의 성패는 법률수요자인 기업에 ‘준법지원인을 선임하는 것이 그렇지 않는 것보다 이익’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유동주 머니투데이 더엘 팀장도 “변호사 고용 혹은 준법지원인 선임이 기업 입장에서 플러스가 된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야한다”며 “일방적으로 준법지원인 선임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비법조인인 기업에서 스스로 법조인 도움을 필요로 할 수 있도록 세련된 접근법이 필요할 것”이라며 동의했다.

손영화 인하대 법전원 교수는 준법지원인 도입의무 대상인 상장회사 범위 확대 주장에 대해 찬성했다. 다만 과태료 부과방안에 대해서는 경영을 담당하는 이들에게 큰 불이익이라며 반대의견을 표했다.

김성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또한 도입의무가 있는 상장기업의 자산 규모를 낮추는 방향과 인센티브 부여에는 찬성한다면서도 민사적 책임 감면과 관련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준법지원인 실제적 역할 정립돼야”

현재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다루고 있는 변호사들의 생각은 어떨까.

이완근 변호사는 준법지원인 제도가 아직도 정착되지 못한 이유로 준법지원인 ‘표준모델’ 부재를 꼽았다. 이 변호사는 “5000억원 이상의 상장기업이 대상이긴 하지만, 대상기업 간 업종도 다르고 법률리스크 종류도 다르다 보니 일률적인 준법지원인 역할 정립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기업 내 사내변호사가 많아야 5명이고 혼자 일하는 변호사가 많아 준법지원인 업무에 대한 정보, 경험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준법지원인의 최소한의 역할 등을 정립한 표준화된 모델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변협 차원에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 특히 사내변호사를 대상으로 준법통제에 관한 업무 교육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전했다. 이 변호사는 “준법지원인을 변호사의 일자리 창출 영역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변호사이기만 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며 준법지원인 업무에 대한 교육도 강조했다.

토론자인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 또한 “2016년 말 기준으로 준법지원인 중 변호사는 52.5%, 비변호사는 47.5%로 준법지원인을 특정직역으로 한정하는 오류는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제도 도입 이유는 사람을 선임하려는 것이 아니라 준법시스템을 잘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준법감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 설광호 상무는 “‘준법지원인’이 형식적 선임 또는 비용으로 인식되지 않으려면 실제적인 역할이 있어야 한다”며 “법률리스크 관리 등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로서, 소속된 상황에 따라 역할을 만들어 기업이 시장·고객에게 신뢰를 받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김현 협회장은 “분기마다 준법지원인 미선임 기업을 발표해 압박할 예정”이라며 “준법지원인 선임 기업 중 우수 기업을 선정해 준법지원인 제도의 우수성 또한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준법지원인 양성 교육 실시 뿐만 아니라 모든 상장기업으로의 준법지원인 제도 확대를 위한 입법 추진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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