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은 일찍이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의 합헌성 심사를 위한 여러 심사기준들을 개발해냈고, 그중의 하나가 ‘막연하므로 무효의 원칙’ 내지 ‘과도한 광범성의 원칙’이다. 즉,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이 규정의 문면상 막연하게 규정되어 어떤 표현행위들이 어떤 요건하에서 금지되고 처벌되는지가 불명확하여 헌법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표현행위까지 적용의 단계에서 과도하게 포섭하면서 금지한다면 그 법률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일찍이 이 원칙을 사건에 적용한 연방대법원 판결이 1963년의 NAACP v. Button 판결(371 U.S. 415)이다. 주(州) 수준의 흑백통합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유명한 흑인인권단체인 미국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의 변호사들은 그러한 흑백통합교육 달성에 필요한 법적 조치들을 설명하기 위해 흑인부모들과 정규적인 회합을 가졌다. 회합 후에 이 협회는 흑인부모들에게 자신들이 그들의 소송대리를 할 수 있게 하는 수임서류 양식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그러한 사건 수임이 있고 나서 소송을 시작했다. 이러한 수임 관행에 대응해, 버지니아주는 주법인 변호사윤리법에 제33장을 추가했는데, 이 제33장은 소송 수행을 위해 변호사들을 고용하는 단체에 의한 법률소송의 권유를 금지하는 내용이었다. 버지니아주 주항소법원은 미국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가 이 법을 위반했다고 판시했고 사건은 연방대법원에 상고되었다. 브레넌(Brennan) 대법관이 집필한 다수의견은, 변호사업계의 관행을 규제하는 주법이 소수자집단의 법적 구제 추구를 위한 연대활동을 막는데 쓰여 진다면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다음은 그 추론의 요지이다.

주정부가 주 내의 변호사업계의 관행을 규제할 고유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이미 확고히 확립된 사실이다. 그러나 변호사들에 의한 소송 권유와 법률상담 활동들이 정치적 표현과 정치적 연대의 지위를 얻게 될 때에는, 이러한 권리들의 자유로운 행사는 소수자의 대의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집행되는 막연하고 과도하게 광범한 규제에 의해 위축되어져서는 안 된다. 버지니아주는 소송 권유가 범죄이므로 개정헌법 제1조의 보호범위 밖에 있다고 주장하지만, 활발한 소송 투쟁에 대한 개정헌법 제1조의 보호는 그러한 꼬리표 달기에 의해 저해되어서는 안 된다. 소송과 표현을 위한 연대는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그것을 금지하는 것은 긴절한 주정부의 이익을 필요로 하는데, 버지니아주는 이 사건에서 긴절한 주정부의 이익이 있음도 입증하지 못했다. 버지니아주는 변호사업계의 관행에 대한 주정부의 규제 이익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소송 권유를 금하는 법규들의 원래 취지는 변호사들에 의한 부적절한 사적 이익 획득을 방지하는 것이었다. 이 사건에서는 그러한 상황이 존재하지 않는다. 본 사건의 규제는 위헌이다.

이 판결은 표현의 자유 규제 법률이 합헌이 되기 위해서는 ‘구체적 특정성(narrow specificity)’이 있게 법률규정들이 규정되어야만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막연한 법규정을 통한 규제로부터 살려냈다.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더없이 소중하다는 점을 다시금 일깨워 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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