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법조인 양성 시스템을 완전히 뒤바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것은 참여정부 시절 때였다.

‘고시 낭인’을 양산하는 주범으로 지목된 사법시험 제도의 부작용을 뿌리 뽑겠다는 발상이 고졸 판사 출신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오히려 역설적이라고나 할까. 로스쿨 제도 도입에 반대했던 기존의 법조인들이 노 대통령에게 “뒤통수 맞았다”고 할 정도였다.

로스쿨 제도의 최대 수혜자는 검찰이었다. 사법연수원 수료자 중 상위권에 속하는 우수 인력들 대부분이 법원행을 선택하는 현상이 고착화되던 와중에 전국 로스쿨에 적(籍)을 둔 우수 인력을 선발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판사가 되기 위해서는 법원의 재판연구원(로클럭)으로 근무하다가 변호사 활동을 한 뒤 다시 판사 임용과정을 거쳐야 하는 복잡하고 시간 걸리는 절차에 비교해 보면 검찰은 곧 바로 전국각지 로스쿨의 최우수 인력을 입도선매(?) 하는 혜택을 누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최고 권력기관의 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매력은 허허벌판 변호사 시장에 내팽겨진다는 불안감을 가진 로스쿨생들에게 엄청난 흡인력이다. 강력한 수사권력을 갖고 기소를 독점하는 지위의 검찰 조직에 다양한 경험과 우수한 역량을 갖춘 신진 법조인들이 끊임 없이 수혈되는 환경에 비추어 보면, 검찰의 앞날은 창창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취임 초기 ‘검사와의 대화’를 주선하면서 검찰 권력을 추스려 보려 했던 노 전 대통령이 지금쯤 뒤통수를 만지고 있지는 않을까. 하지만, 현재 검찰은 사면초가다. 검찰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마다 청와대의 하명대로 움직였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그 배후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 수석이 거론되어 왔다. 지난 해 10월 말부터 본격화된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에 대한 검찰 수사 그리고 이어진 특별검찰의 조사를 거치면서 박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던 권력 실세 대부분이 구속을 면하지 못 했다.

영장이 기각되면 추가수사로 사실 관계를 보완하고 다시 영장을 청구해서 범죄 혐의자(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과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를 구속시키는 등 뒷심을 발휘했던 특별검사수사팀. 법정수사기간이 끝나 우 전 수석에 대한 추가 수사가 불가능해지자 박영수 특검은 “재청구 하면 반드시 구속될 것”이라고 호언했었다. 하지만, 특검의 수사기록을 인계 받은 검찰이 보완수사 끝에 청구한 구속영장이 그만 기각되어 버렸다. 졸지에 검찰이 부실 수사의 덤터기를 쓰게 되었다. 팔짱 끼며 수사관 앞에서 웃고 있던 민간인 신분의 우 전 수석을 담은 사진 한장이 뇌리에 각인된 국민들은 검찰의 수사 의지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은 상태다.

더 나쁜 것은 시기가 미묘하다는 사실이다. 불에 기름 붓듯, 장미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때에 유력 대선 주자들에게 검찰 개혁의 명분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되었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는 “공수처를 신설하고 검·경간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통하여 검찰개혁을 추진하겠다” 는 공약을 발표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와 유승민 바른 정당의 대선 후보 역시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문 후보를 턱밑까지 추적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주자는 보다 공격적이다. “대선이 끝나는 5월 10일부터 권력기관을 포함한 우병우 사단을 즉각 정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검찰 출신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만이 공수처 신설이나 검찰의 수사권 조정을 반대하지만, 힘없고 외롭게 들릴 뿐이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어떤 식으로든 검찰 개혁이 이루어질 것 같은 분위기다.

신임 대통령께 ‘검사와의 대화’를 간언해야 할까? 옥상옥의 공수처 신설, 인권침해 소지와 공정성을 의심받는 경찰의 수사권 분리에 대응할 검찰의 위기 관리 능력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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