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이인화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어왕’에 나오는 위 대사를 제목으로 한 소설로 1992년 제1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소설은 공지영, 무라카미 하루키 등 많은 다른 작가의 글을 표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인화는 본명 류철균으로 표절이 아니라 포스트모더니즘 기법인 혼성모방이라며 평론을 하였다가 두 사람이 동일인임이 드러나 ‘셀프 평론’이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류철균 교수는 25년이 지난 지금 정유라의 성적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2월 24일 4년만에 신작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제목만 알려졌을 뿐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는데, 소설 속에 일본의 난징대학살이 자세히 다루어진 것이 알려지자 일본의 우익 인사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하루키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일본이 과거사를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왔다. 하루키는 일본인이 외면하고 싶어하는 과거의 잘못을 밝힘으로써 일본인이란 누구인지를 말한 것이다.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초등학교 시절 반장 선거에서 출마의 변은 항상 “제가 만약 반장이 된다면…”이었다. 선거철이 되면 “제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이라는 말보다는 상대방이 대통령이 되면 절대 안되는 101가지 이유를 귀가 아프게 듣게 된다. 절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될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되는 나라라면,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가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면 그 나라의 정치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거라 생각한다. 다음 대선에서는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후보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하루의 길이만큼 다른 사람일 것이다. 시간이 쌓여 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하기 전에, 두고 온 물건은 없는지 거듭 뒤돌아 보듯이 수시로 자신에게 내가 누구인지를 물어야 한다. 리어왕처럼 모든 것을 잃고 회한에 가득차 절규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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