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3다73520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의 남편(이하 망인)이 사망하자, 피고를 포함한 상속인들은 2012년 1월 26일 법원에 상속포기신고를 하였고, 2012년 3월 14일 상속포기신고수리 심판을 받았다. 한편, 피고는 2012년 1월 30일 망인 소유의 화물차량 6대를 처분하도록 하여 2012년 2월 6일 그 대금 합계 2730만원을 지급받았다. 그런데 원고가 망인에 대한 대여금 채권 5000만원에 관하여 피고를 상대로 그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자, 피고는 자신은 이미 상속포기를 하였으므로 원고 주장의 대여금을 변제할 의무가 없다고 다투었고, 이에 원고는 피고가 상속포기를 전후하여 망인의 상속재산을 처분하거나 부정소비 함으로써 민법 제1026조 제1호 또는 제3호에 따른 법정단순승인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하였다.

 

2. 원심 판결(서울남부지방법원 2013. 9. 6. 선고 2013나5201 판결)의 요지

민법 제1019조 제1항, 민법 제1026조 제2호에서 말하는 ‘포기’는 상속인의 ‘상속포기신고’를 의미하므로 민법 제1026조 제1호, 제3호에서도 상속포기신고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고, 상속의 포기는 실체법상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이고 상속포기수리 심판은 단순한 절차적 처리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추어보면, 민법 제1026조 제1호와 제3호의 적용기준이 되는 상속포기 시점은 상속인이 상속포기신고를 한 때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3. 대상판결의 요지

상속의 한정승인이나 포기는 상속인의 의사표시만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에 신고를 하여 가정법원의 심판을 받아야 하며, 그 심판은 당사자가 이를 고지받음으로써 효력이 발생한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다20401 판결). 이는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의사표시의 존재를 명확히 하여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가 획일적으로 처리되도록 함으로서, 상속재산에 이해관계를 가지는 공동상속인이나 차순위 상속인, 상속채권자, 상속재산의 처분상대방 등 제3자의 신뢰를 보호하고 법적안정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포기의 신고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수리하는 가정법원의 심판이 고지되기 이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하였다면, 이는 상속포기의 효력 발생 전에 처분행위를 한 것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1026조 제1호에 따라 상속의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4. 판례 해설

민법 제1026조 제1호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의 처분행위를 한 때’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바, 위 규정은 상속인이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기 이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만 적용되고, 그 이후에 처분한 경우에는 동조 제3호의 ‘부정소비’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다63586 판결 등).

여기서 상속인이 상속포기 신고 후 그 수리심판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한 경우 민법 제1026조 제1호의 법정단순승인 사유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그것이 동조 제3호의 ‘부정소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하는지 문제가 될 수 있다. 원심은 상속인이 상속포기 신고 후 이에 대한 수리심판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민법 제1026조 제1호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피고가 망인 소유 화물차량 처분대금으로 망인의 대출채무를 변제한 이상 동조 제3호의 부정소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함으로써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상속인이 상속포기를 할 때에는 민법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가정법원에 포기의 신고를 하여야 하며(민법 제1041조), 이러한 상속포기신고에 대한 수리심판은 라류 가사비송사건으로서 그 심판의 효력은 심판을 받을 사람이 당해 심판을 고지받음으로써 발생한다(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가목 32), 제39조 제1항, 제40조). 한편 대법원은, 상속포기 신고는 변론종결 전에 하였지만 변론종결 이후 상속포기심판을 송달받은 경우에는 변론종결일 이후에 상속포기의 효과가 발생하였으므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고(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다20401 판결), 상속포기신고를 수리하는 심판이 이루어져야 상속포기의 효력이 인정된다는 전제 하에, 상속포기의 신고가 법원에 의하여 아직 수리되지 아니하고 있는 동안에 포기자를 제외한 나머지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이루어진 상속재산분할협의는 후에 상속포기의 신고가 적법하게 수리되어 상속포기의 효력이 발생하게 됨으로써 공동상속인의 자격을 가지는 사람들 전원이 행한 것이 되어 소급적으로 유효하게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다29307 판결).

결국 대상판결은, 상속포기의 효력은 상속포기 신고시가 아닌 이를 수리하는 가정법원의 심판이 고지되어야 발생한다는 종전 대법원의 입장을 재확인 한 것으로서, 가사비송사건에 관한 재판의 효력발생시기와 관련한 가사소송법 관련 규정, 그리고 상속포기 및 단순승인 간주 여부는 상속채권자, 처분행위의 상대방, 다른 공동상속인 및 차순위 상속인 등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므로 획일적으로 처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있어서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상속포기 신고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수리하는 심판을 고지받기 전까지는 상속재산을 처분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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