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장에 당선된 김현 박사에게 심심한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김현 협회장은 학창시절에는 시국을 방관하지 않았고, 실무법조인 시절에는 학문연찬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로펌을 창립해서는 알뜰하게 경영하면서 법조계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온 대표적 법조인입니다.

따라서 저는 김현 협회장이 탁월한 리더십과 풍부한 경륜으로 앞으로 2년간 대한변호사협회를 잘 이끌어가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만 대한변호사협회가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에 비추어 이 기회에 간단한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점차 좁아지는 지구촌에서 인류가 지켜야 할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고 이를 국내에서 확산하는데 앞장 서 주시기 바랍니다. 국제질서가 어떻게 재편되더라도 세계공동체를 지배하는 보편적 가치들, 즉 인권, 법의 지배, 형사정의를 통한 항구적 평화, 지속가능한 발전, 환경보호, 기후변화방지 등은 법률가들의 변함없는 전문영역인 동시에 행동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 내지 글로벌 스탠다드가 논의될 때마다 국제적으로는 좀더 적극적으로 한국의 입장을 대표하고 국내적으로는 법학교육기관과 협력하여 전문가의 양성에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민주주의는 세계적 거버넌스의 핵심가치입니다만 현재 사상초유의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빈발하는 대형테러와 각종 난민의 대량유입을 막아보고자 각국은 사람과 물자의 자유이동을 제한하고 자유로운 통상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입법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사회로 이행함에 따라 죄우이념 대립은 별 의미가 없건만 좌우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등장도 민주주의의 위협요소입니다. 특히 스마트폰과 같은 고도의 기술이 가져온 탈진실(오리발)의 시대가 와서 SNS에서 선동과 가짜 뉴스가 다수 국민을 현혹하고 표적을 삼은 인물의 인격암살을 식은 죽 먹기처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SNS상의 가짜뉴스는 민주적 선거결과를 왜곡하고 국민의 건전한 토론과 공정한 정보공유를 어렵게 만듭니다.

미국은 지난 2세기동안 다원주의, 관용 및 법의 지배라는 민주적 가치의 선도자 노릇을 했으나 트럼프시대의 개막으로 다시 극우파적 대중영합주의가 부활하고 있고 자국우선주의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런 국제적 흐름은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닙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 격동기에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면서 진정한 정의의 보루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셋째 엄격한 법조윤리를 적용하여 법조계가 바로 서도록 체계적 정화에 노력해주시기 바랍니다. 바구니에서 썩은 사과를 몇 개 들어낸다고 해서 법조계가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므로 법학교육기관과 협력하여 법조윤리교육을 강화하는 등 장단기대책을 세워 실추된 법조인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힘들게 국가시험에 합격했으니 나의 조그마한 ’일탈’쯤은 사회에서 용인되는 것을 법조인의 특권쯤으로 여기는 정서가 남아있는 것이 요즘 보도되는 ‘법조사고’의 씨앗이 아닌가도 생각해봅니다.

점점 축소되는 지구촌에서 여러 가지 다른 사상, 종교, 문화, 언어, 규범의식, 경제사회적 여건 등을 가진 70억 인간들이 서로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기 위하여서는 결국 차별없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법의 지배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냉전체제의 붕괴로 자유로운 사고와 의사소통이 가능해지자 지난 30년간 새로운 패러다임이나 사상체계가 눈부시게 등장하여 열린 사고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 국민이 아주 크게 변해서 자유롭고도 열린 사고를 가지고 세계시민성을 길러 지속가능한 세계공동체의 실현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대한변호사협회가 앞장 서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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