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라리가 FC바르셀로나를 이끄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미국프로농구(NBA) 경기 시청을 즐긴다. 축구는 발로 하고, 농구는 손으로 하는 경기인데 무슨 상관이 있냐고? 엔리케 감독은 농구의 블록수비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어 바르샤 축구의 세트피스에 적용한다. 세트피스 공수 훈련을 주관하는 운수에 수석코치는 바르샤의 세트피스 전략이 NBA 스타일이라고 설명한다.

피터 드러커는 “비즈니스의 시작과 끝은 고객이다”라고 했다. 통상적 법률가라면 항변할 것이다. 일반 비즈니스와 ‘로 비즈니스’는 다르다. 어차피 시민들은 평생 가봐야 소송을 한번 할까 말까 하고, 다음에 다시 찾는다는 보장이 전무한데 고객 관리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그것도 법인 고객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런데, 법인 고객은 그야말로 초대형 로펌들이 독점하고 있고, 그렇지 않으면 철저히 관계로 맺어진 고객인데 굳이 고객 서비스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미국 통계에 따르면,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의 단 4%만이 불만을 제기한다. 나머지 96%는 조용히 사라지는데 이 중 91%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고객이 거래처를 떠나는 이유다. 첫째, 기업과 직원의 서비스에 대한 불만족(68%). 둘째, 제품에 대한 불만족(14%). 불만족스런 고객은 보통 8~10명의 사람에게 자신이 겪은 문제를 말하는데, 5명 중 1명은 무려 20명에게 알린다. 부정적 서비스 하나를 만회하기 위해선 12가지 긍정적 서비스 사례가 필요하다. 기업은 평균적으로 기존 고객 유지보다 신규 고객 확보에 6배 더 많은 비용을 사용한다. 이런 통계는 외식업체나 백화점에만 유의미할까?

경영 컨설턴트 마이클 르뵈프의 ‘절대 실패하지 않는 비즈니스의 비밀(문직섭 옮김, 가나출판사)’은 기술이 아니라 ‘고객을 확보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인간적인 측면’을 얘기한다. “하이테크가 아니라 하이터치다.” 늘 그러하듯 미국 특유의 경영서적답게 철저히 사례중심이고, 철저히 실용적이다.

‘진실의 순간(the Moment of Truth)’이 있다. 기업의 성공과 실패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고객 접촉의 순간이다. 스웨덴 경제학자 리처드 노먼이 최초로 사용한 마케팅 용어로, 15초 내외의 짧은 순간을 일컫는다. 스칸디나비아 항공(SAS)의 전 회장인 얄 칸슨은 서비스 업계의 수익성은 ‘진실의 순간’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그는 SAS를 이용하는 승객이 매년 1000만명이며 각 승객은 평균 5명의 SAS 직원들을 접하므로 고객이 SAS 서비스를 접하는 진실의 순간이 매년 약 5000만번에 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실의 순간에 대한 관리는 당연히 SAS의 최우선 과제였다. 이런 기본적인 전략을 통해 SAS는 8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던 기업에서 1년 만에 71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고객 중심은 글자 그대로 의뢰인 중심 비즈니스다. 누구든지 로 비즈니스의 핵심은 ‘사건 수임 능력’ 그러니까 ‘의뢰인 유치와 관리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막상 이 부분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 개발이나 비교 모델을 탐색하는 일에는 서툴다. 동료 변호사에게 배우는 게 먼저겠지만, 시야를 확장해 다른 분야의 모델을 끌고 오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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