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설

2015년 미 연방대법원은 홀트 대 홉스(Holt v. Hobbs) 판결에서 교도소에 수감된 수용자가 종교적 이유에서 수염을 기르는 것을 막은 아칸소 주(州) 교도소의 처분이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 즉, 재소자가 턱수염 기르는 것을 금지하는 아칸소(Arkansas) 주 교도소 규정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연방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 판결에 앞서 연방대법원은 법인(法人, Corporation)도 종교행사의 자유가 있다고 인정한 바도 있다[Burwell v. Hobby Lobby Store, Inc., 134 S.Ct. 2741 (2014)].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종교적 신념을 가진 외국인과 우리 국민을 교도소 등에 수용하게 되는 상황이 날로 증대되고 있다. 이 경우 그들만이 가진 종교적 신념과 행동이 수용소 내 우리의 일반 정서와 어울리지 못하고 마찰을 겪게 될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그에 대한 관련 규정이 전무한 실정이다.

 

2. ‘종교적 장발’ 또는 ‘종교적 수염’등 특정 종교적 행위 구현에 대한 세부규정 마련의 필요성

현행 형의집행및수용자의처우에관한법률(이하 ‘형집행법’) 제45조 제1조 내지 제2조는 종교행사의 참석, 개별적인 종교상담, 신앙생활에 필요한 서적이나 물품을 소지할 수 있도록 하여 수용자들이 종교적 자유를 일부 보장하되,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구체적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형집행법은, ‘종교적 자유가 특정한 신체적 표지를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경우’에 관한 규정은 따로 두고 있지 않다. ‘두발’ 또는 ‘수염’ 등의 모발을 기르거나 자르는 행위가 종교적 실천 체계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경우 이는 종교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리 형집행법과 하위 행정입법에도 단순히 위생에 관한 두발, 수염 조항 이외에 종교적 행위를 이유로 한 두발과 수염 조항 등 종교적 행위의 허용범주를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3. 수용자의 종교적 기본권 행사 제한에 대한 위헌심사기준

수형자의 종교행사 제한 등 수형자에 대한 기본권 제한 문제에서 우리 헌법재판소는 절대 다수의 사건에서 각하결정을 하여 판단 자체를 유보하거나, 본안 판단을 하더라도 일반 사인들에 대한 기본권 제한의 경우보다 완화된 비례성 심사를 해 기각 결정을 다수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일례로 비록 종교적 자유를 기초로 한 것은 아니나, 신체적 자유와 관련하여 수용자의 모발을 ‘단정’하게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것에 대해 이를 공권력 행사나 직접적 기본권 침해라고 보지도 않았다.

그에 반해 미 연방대법원은 투표나 형사재판청구, 종교활동과 같은 근본적 이익(기본권)에 관한 차별에 대해서 엄격심사를 적용한다. 엄격심사는 원래 성(性), 민족적 기원(national origin), 외국인의 지위(alienage)와 같은 집단(class)을 일반 국민과 차별대상으로 하거나 차별사유로 하여 이루어지는 자유권적 기본권 제한에 대한 심사기준인데 근본적 권리(fundamental right)에 실질적 부담을 과하는 것까지 추가되어 자유권을 제한하는 행위가 일반 국민과 비교하여 중대한 차별에도 해당할 경우 반드시 엄격심사가 이루어졌다. 구체적으로 엄격심사는 ①입증책임이 정부에게 전환되어 그 법률이 위헌임을 주장하는 소송 청구인이 아니라 그 법을 만든 주정부나 연방정부가 그 차별이 중대한 공익(compelling government interest)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것임을 입증해야 한다. ②그 중대한 공익을 달성하는 기본권제한의 정도가 더 경미한 다른 가능한 대안(less burdensome alternative available)이 있어서는 안 된다. ③또한, 엄격심사 대상이 되는 법률에 대해서는 합헌성추정 원칙(the ordinary presumption of constitutionality)이 배제된다.

 

4. 결론

교정시설 내에서도 종교적인 이유로 인한 두발과 복장, 수염 등의 행위 문제만큼은 단순히 수용자의 개인 취향의 문제가 아닌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적, 인격적 양심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차별적 제한이 될 수 있음을 고려하여 ‘국가 행정적 이익’에 포섭될 수 있는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 역시 매우 신중하게 판단되어야 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수용자들에 대한 종교적 처우 실태를 일체점검하여, 형집행법과 동법 부령 등에 종교적 이유로 인한 두발과 수염, 복장, 종교의식 등 종교의 자유의 구체적 발현행위의 허용범위를 명확히 함으로서 수용자들에 대한 종교적 자유를 국제적 기준에 맞게 보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 나아가, 헌재는 수용자의 종교적 자유에 바탕한 구체적인 행위들에 관한 교정기관의 제한에 대해 단순히 비권력적 사실행위로 보아 본안판단 자체를 유보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본안판단에 나아감이 상당하다. 또한 그 본안판단의 위헌심사기준 역시 완화된 비례성 심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종교라는 인간 내심의 본질적 기본권의 발현에 대한 제한 문제인 만큼 엄격한 비례성 심사를 통해 그 제한의 정당성을 꼼꼼히 따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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