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 다녀오는 길에 연료램프에 불이 들어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사무실 근처까지 차를 몰고 왔다(강남은 기름 값이 비싸다. 기름의 품질에는 차이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료를 채우고 나니 주유기 옆에 있는 자동세차 서비스가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내 차 위에 수북이 쌓여있는 먼지도 눈에 들어왔다(내가 봐도 이미 수인한도를 초과한 상태임이 분명했다). 개인적으로 자동차에 별로 관심이 없는지라 세차도 자주 하지 않는다. 내 기억으로는 아마 한달 전부터 이 상태였던 것 같다. 귀찮았지만 시간을 내어 세차를 하기로 결정했다.

자동세차 서비스의 구성은 주유소마다 약간씩 다른데, 이날 방문했던 곳은 물기제거를 위한 마지막 걸레질을 ‘셀프서비스’로 운영한다. 차량운전자가 자동세척이 끝난 후 주변에 비치된 걸레를 들고 직접 마무리 걸레질을 하는 시스템이다. 세차장의 지시 문구를 따라 한손에 마른 걸레를 들고 부지런히 걸레질을 시작했다. 자동차에 별로 관심이 없다보니, 사실 내 차량에 직접 걸레질을 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막상 걸레질을 하다 보니 문득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자동차의 미묘한 곡선과 반짝 거리는 유리, 라이트가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그동안 방치해 두었던 묵은 때를 걸레로 열심히 문질러 지우고 나니,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비록 작지만 묘한 애착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애정이 있는 사람에게 관심과 배려를 주는 것이 순리이겠으나, 때로는 관심과 배려를 줌으로써 그 사람에게 애정이 생기기도 한다. 세상 살다 보면 많은 인간군상을 만나게 되고 때로는 도저히 애정이 생기지 않는 사람들과도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생사다.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정말 ‘불편한 일’일 것이니, 만일 그 사람이 피할 수 없는 자라면 그 사람에게 먼저 관심과 배려를 줘보는 것은 어떨까. 혹시 아는가, 기대하지 않았던 애정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