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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변호사에게 듣는 의료법]‘의심스러울 때는 환자의 이익으로’ - 유병(有病)추정의 원칙
신현호 변호사  |  shin@shinlaw.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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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3호] 승인 2017.04.03  1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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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의 대원칙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해석한다. 이 원칙은 진료절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생명 앞에 선 환자는 피고인보다 더한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의사는 환자의 질병이 완치되었다는 확진이 되기 전까지는 유병추정의 원칙에 따라 “의심스러울 때는 환자의 이익으로” 해석하여 병이 있다는 의심을 갖고 진료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이는 진료계약상 생명배려의무에서 도출되는 기본원칙이다.

의사는 전문성, 재량성, 임기응변성을 갖고 치료하지만, 자의적으로 치료해서는 안된다. 엄격한 진료준칙(protocol)에 따라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진찰과 진단을 반복하여야 한다. 여러 질환이 의심될 때는 우선 ’중증우선 배제진단의무’에 따라 중한 질환부터 검사하고, 치료해야 한다.

의학교과서와 구체적 진료지침은 인체의 다양성, 개별성, 예측불가능성을 전제로 수천년간의 경험과 연구, 임상실험을 통하여 만들어진 규범이다. 이를 위해 의사는 임상의학 실천 당시의 의료수준을 실시간으로 익히고 의술을 연마할 연찬의무가 있다.

태반조기박리로 태아를 사산케 하여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의사는 “초음파검사에서 특이한 소견이 없고, 태반조기박리를 조기에 발견했어도 태아의 사망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형사법원은 “검사상 특이한 소견이 없을 경우에도 생명을 위협하는 태반조기박리를 진단에서 제외할 수 없다. 태반조기박리에 대한 진단 및 조치가 이루어졌을 경우 언제나 사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죄를 선고하였다.

이 원칙은 입증책임 분배의 이론적 근거가 된다. 환자 측에서 의료행위로 인한 악결과에 대하여 역사적 입증을 한 경우 의료인 측에서 의료행위와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반증하여야 한다. 의료인에게 과중한 입증책임과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킨다는 반론이 있으나 전문가소송에서 무기대등의 원칙상 의료과실을 추정하는 입증책임 분배원칙은 세계적인 입법례이다. 독일은 2013년 민법 제630조를 신설, “환자의 생명, 신체침해 등 일반적인 진료위험이 실현되는 경우에 의료과실이 추정된다”고 규정하여 입증책임을 의료인 측에 전환시켰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료에 환자 측에서 의료사고에 대비한 위험료를 1.4%가량 부담하고 있어 의료인 측의 부담을 줄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판결에서는 “의심스러울 때는 의사의 이익으로” 무병(無病)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생명권과 의사의 직업수행권을 비교형량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함에도 불구하고 의료인에게 과잉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다는 이유이다. 태반조기박리로 사산한 유사사건에서 민사법원은 “초음파검사를 시행하였더라도 태반조기박리를 진단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하여 환자청구를 기각하였다.

법원으로 하여금 “의심스러울 때는 환자의 이익으로” 유병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도록 설득하는 책임은 변호사의 몫이다. 이런 노력이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의료사고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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