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샐리 클라크(Sally Clark)라는 여성이 두 아이를 살해한 죄로 기소되었다. 그녀는 영국의 법정 변호사다. 클라크의 장남은 1996년 9월, 태어난 지 몇주만에 사망하였다. 그녀의 차남도 1998년 10월, 비슷한 사유로 사망하였다. 한달 후 그녀는 체포되어 두 아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검사는 로이 메도우(Roy Meadow) 소아과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하였다. 메도우는 한집에서 사고로 두 아이가 ‘유아 돌연사 증후군(SIDS)’으로 사망할 확률은 7300만분의 1이라고 증언했다. 그 확률은 실제 역사 자료에서 수집한 확률보다 훨씬 낮았다. 메도우는 1명의 유아 돌연사 자료에서 추단한 것이고, 그러한 사망 확률은 유아 사이에서도 상호 관련성이 없다고 증언했다. 메도우는 7300만분의 1은 불가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돌연사가 날 확률은 1000년마다 한번뿐이라는 것이고, 한 나라에서 두 아이를 둔 1500만명 중 한명 꼴임을 의미한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이러한 확률은 ‘뮌샤우젠 증후군(münchausen syndrome)’보다 더 희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돌연사의 유사성이 나타날 가능성은 첫째 아이가 동일한 환경으로 사망하였다면 매우 높다. 그러나 유전적으로 돌연사에 취약한 경우, 이러한 통계수치는 무의미하게 된다. 그리고 어떤 가족은 이런 돌연사에 매우 취약하다. 따라서 이러한 주장은 ‘생태학적 오류(ecological fallacy)’에 해당한다. ‘생태학적 오류’란 생태적 통계 자료를 해석할 때 생기는 논리 오류를 말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속한 그룹에서 추론한 것을 바탕으로 한 사람의 특성을 연역할 때 생기는 오류를 말한다. 이 사건에서 한 가족의 두 돌연사 사이의 유사성은 적정하게 추산되지 않았다. 7300만분의 1이란 수치는 연이어 생길 두 사고의 가능성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것이다. 설령 그 수치가 정확했더라도 법원은 7300만분의 1이란 수치가 그 자체로 유죄일 가능성이 아니란 점을 놓친 것이다. 법원은 다른 여러 ‘사전확률(prior probability)’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두개의 돌연사가 발생했고, 아래의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사전확률은 매우 낮다.

1. 한 가족에게 연이은 두개의 사망은 모두 돌연사이다.

2. 두건 모두 살인이다.

3. 한건은 살인이고, 한건은 돌연사일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가능성, 다시 말해 ‘두건 모두 살인이다’ 라는 추단이 재판 도중 제기되었거나 이 점에 대해 충실한 심리가 이루어졌는지 불분명하다. 또한, 위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가능성에 대한 비교가 있었는지, 그리고 피고인이 무죄라는 주장과 관련하여, 검사가 주장한 통계수치에 대한 분석이 사건의 핵심임을 당사자들이 이해하였는지도 불분명하다.

클라크 부인은 1999년 11월,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이 유죄 판결은 2000년 10월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후 ‘왕립 통계학회(Royal Statistical Society)’에 의해 이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게 되면서 오류가 드러나게 된다. 2002년 레이 힐(Ray Hill)은 이러한 두 개의 가능성을 정확하게 설명하려고 시도하였다. 힐은 연이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연이어 살해할 가능성보다 4~5배 내지 9배가 높다고 결론 내렸다. 이후 ‘형사사건 재심위원회’에서 클라크의 재심이 받아져서 사건은 고등법원으로 다시 회부되었다. 고등법원은 2003년 1월 29일, 다른 사유를 근거로 해서 샐리 클라크의 유죄 판결을 파기하였고, 그녀는 석방되었다. 샐리 클라크는 재심재판을 받기 전, 이 사건으로 인해 중증 정신장애를 앓고 있었고, 알코올 의존증으로 결국 2007년 3월 사망했다.

이와 같이 샐리 클라크 사건에서 통계수치가 제시되었고, 법원이 이러한 통계수치를 유죄일 확률로 잘못 이해함으로 인해 오판에 이른 것이다. 이 사건을 두고 언론에서는 “현대 영국 역사상 최악의 오판”이라고 비판했다. 사건 후, 검찰총장은 수백건의 유사 사건들을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하였고, 이후 두명의 여성에 대한 유죄 판결이 파기되었다.

형사재판에서 법과학자는 종종 피고인이 무죄라면 피고인이 어떤 특징을 가질 것이라는 ‘조건확률’과 관련해서 ‘발생률’에 대한 정보를 제출한다. 예를 들어, 1%의 사람이 가진 혈액형을 피고인과 범인이 갖고 있을 때, 전문가는 곧바로 결론에 대해서만 언급하면서, 만약 모두가 무고하다면 피고인이 이런 혈액형을 가질 확률이 1%라고 말한다. 이런 진술은 ‘검사의 오류’의 예이다. 반대로, 피고인의 변호인은 몇몇 사건에서 발생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과 범인이 수천명씩이나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피고인과 범인이 같은 혈액형을 갖고 있고 이런 혈액형을 갖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1%인데, 반대신문할 때 전문가는 100만명이 사는 도시에서 만명의 사람들이 이런 희귀한 혈액형을 갖고 있다고 진술한다. 이런 진술은 검사의 오류를 줄이긴 하지만 ‘변호인의 오류’를 낳는다. 통계수치는 범인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검사의 오류’에 이르면 오히려 무고한 사람에게 치명타를 줄 수 있다. 이런 오류를 발견하고 주장하는 것은 바로 변호인의 역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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