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국전투원’을 억류할 권한은 전쟁 수행에 부수되는 중요한 권한이다.

이 권한에 관한 유명한 판결이 2004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내린 ‘함디 대 럼스펠트 판결(Hamdi v. Rumsfeld, 124 S.Ct 2633)’이다. 2001년 9월 11일에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들이 미합중국을 공격했고 미국 시민 3000명의 죽음을 초래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대통령은 연방의회에서 권한을 부여받아 아프카니스탄에 미국 군대를 보내 테러리스트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진압하게 했다.

피고인인 함디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인생의 대부분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았다. 그는 탈레반과 싸우던 연합군에 의해 생포되어 미군에 넘겨졌다. 미국 정부는 함디를 ‘적국전투원(enemy combatant)’으로 분류하고 공식적인 기소 등 사법적 절차 없이 그를 무기한 구금하는 결정을 내렸다. 함디는 이러한 결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 제4항소법원은 더 이상 피고인의 주장을 들을 필요가 없다며 피고 패소결정을 내렸고 연방대법원이 이 사건을 심리하게 되었다. 오코너(O’Connor) 대법관에 의해 집필된 다수의견은 적국전투원으로 분류되어 구금된 미합중국 시민도 중립적인 중재관 앞에서 그러한 분류와 구금결정의 근거가 된 중요한 사실관계의 판단에 대해 다툴 수 있는 적법절차에 의한 권리를 가진다고 판시했다. 다음은 그 추론의 요지이다.

본 법원은 연방의회가 사실상 함디와 같은 사람들을 구금할 권한을 부여했다고 판단한다. 함디는 연방의회가 만든 연방법률에 의해 구금되었기 때문이다. 연방 제4항소법원의 판결과는 반대로 함디가 전투지역에서 생포되었다는 것에는 다툼이 있다. 왜냐하면 확실한 것은 그가 그 지역에 거주했다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함디는 그의 사법적 청문에 관한 권리들을 포기하는 어떠한 양해나 양보행위도 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행정부는 대법원이 그 구금을 위한 폭넓은 권한이 존재하는지 여부만을 고려해야지, 개인 피구금인이 후속적인 사법적 청문절차를 거칠 권리를 부여 받았는지를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합중국 시민은 적법절차 없이 불법 구금을 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대법원은 적국전투원을 구금할 정부의 이익과 피구금인의 개인적 자유의 이익을 비교형량 해야만 한다. 체포당한 이들을 위한 체포 당시의 청문절차를 제공할 필요는 없지만 앞으로도 구금되어 있어야 하는 이들을 위한 후속적인 청문절차는 필요하다. 피구금인은 행정부의 사실 주장이 진실이 아님을 증명할 기회를 가져야만 한다.

이 사건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적국전투원을 구금할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시민과 관련된 전시의 생포에 대해 일방적인 통제권을 가지려는 행정부의 시도를 누그러뜨렸다.

비록 많은 미국 국민이 2001년의 테러리스트 공력 후에 대통령의 조치들을 지지했지만, 더 많은 미국 국민은 심지어 전쟁 중에도 행정부에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데에서 오는 위험성을 인식했다. 실수는 저질러질 수 있고, 생포된 미국 시민들은 자신의 사건을 객관적인 중재관 앞에 가지고 갈 권리를 부여받고 있다고 본 것이다. 적법절차가 보장하는 헌법상의 권리는 심지어 전쟁 시에도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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