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라는 공간에 있으면 선거라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종종 이곳의 많은 사람들은 “선거는 바람(Wind)!”이라고 표현한다. 얼마 전 진보진영이 분열되자 선거판은 보수정당이 휩쓸 것 같았다.

하지만 민의(바람)는 거대 진보진영을 만들어 냈다. 정당의 주자로 선정되어 뛰었던 많은 정치인들이 낙마를 경험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선거는 바람”이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미국에서도 최고 엘리트코스를 밟은 정치인을 제치고 막말로 유명한 경영인이 극적인 승리를 거둘지는 몰랐을 것이다. 그곳에서도 바람(Wind)라는 말이 돌고 있다. 이처럼 동서양·고금을 떠나 선거는 바람 한번으로 판이 쉽게 쏠리나 보다.

본래 민주적 의사결정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選擧)는 종종 절반의 부동의를 안고 간다. 이러한 이유에서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언행이 쏟아지고 비지지층은 선거가 ‘바람’에 불과하다고 폄훼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선거는 단순히 바람(Wind)으로만 볼 수는 없다. 분명히 선거가 요동치는 정세나 불안한 정국을 표출하면서 불완전한 결과를 내지만, 민의를 수집하고 정계에 반영하는 방안으로 선거의 완벽한 대체재를 찾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선거는 신성한 민의의 목소리이면서 국민의 소중한 바람(Hope)이다. 국민은 정치에 갈구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국민은 그들의 희망과 바람을 선거에 전달한다. 이런 점에서 선거는 바람(Hope)이다.

그렇다면 선거가 바람(Wind)이라는 것을 계속 놔두어도 될까. 공교롭게도 그렇다! 선거를 오래 경험한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공통적인 답을 한다. 정치가로 성장하려면 혼자 날개짓을 해서 스스로를 올리고 자가발전을 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정치인을 존경하지는 않지만 정치인을 요구하는’ 민의의 본질을 이해한다면, 정치인은 선거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바람을 타야 한다는 것일 게다.

이런 점에서 선거는 바람(Wind)이다. 다만, 그 바람(Wind)은 단순히 몽매한 민중이 휩쓸리면서 몰표를 던지는 하찮은 것이 아니라 국민이 소중한 바람(hope)을 정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누군가를 밀어 올리는 정치작용이겠다.

이처럼 선거는 바람(Wind)이자 바람(Hope)이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바람일 게다. 역사상 유명한 정치인들은 수많은 선거를 치르면서 당선과 낙선을 경험했고 그 결과에 승복했다. 나중에 그들은 정계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국민은 그들에게 바라는 바를 분명히 전달했고 종종 큰 바람을 일으켜서 그들을 최상점에 올려놓았다.

역사를 좌우한 정치가(政治家)들은 이미 ‘선거가 진정한 바람(Wind)’인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호로 국회단상을 마칩니다. 덕 높으신 법조 선후배님들이 좋은 글로 계속 이 공간을 채워주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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