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금태섭 의원실, 포괄적 집단소송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 개최
법제연구원, 집단소송법안 마련…“국민에게 도움되는 방향으로 설계”

최근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 폭스바겐 연비조작 사건 등으로 집단소송제도 도입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변협 법제연구원이 포괄적 집단소송법안을 마련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금태섭 의원실과 함께 지난 24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포괄적 집단소송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금태섭 의원은 “폭스바겐 연비조작 사건이 발생했을 때, 폭스바겐 측은 미국에는 배상금을 지급했지만 우리나라에는 배상의무가 없다 하여 배상하지 않았다”며 “다수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증권·제조물책임·공정거래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형태의 ‘집단소송제 관련 단일법’ 제정이 시급하며, 오늘 공청회에서 논의된 의견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집단소송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현 협회장은 “집단적 피해사례는 현행 민사소송법상의 개별소송으로 진행하기에는 부적합한 측면이 많아, 변협 법제연구원을 통해 ‘포괄적 집단소송법안’을 마련했다”며 “오늘 이 자리가 새로운 법제도 도입에 따른 시행착오를 사전에 점검하고 보완할 수 있는 뜻 깊은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는 변협 곽정민 제2법제이사가 사회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형규 이사장이 좌장을 맡았다. 변협 법제연구원장인 최승재 변호사가 제일 먼저 발제에 나섰다.

최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수차례 집단소송법 제정 논의가 있었으나, 남소 우려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만이 제정돼 지난 2005년부터 시행되고 있다”며 “그마저도 10년간 9건 정도의 소송만이 접수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논의되는 집단소송법들은 파편화된 분야별 집단소송법으로, 일반적 소송유형으로서의 포괄적 집단소송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변협 법제연구원이 마련한 포괄적 집단소송법안은 ▲소송대상을 ‘공통의 이익을 가진 다수인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로 정하고 ▲법원은 소송과 관련 있는 문서를 가지고 있는 자에게 문서제출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확정판결 효력은 제외신고(opt-out)를 하지 않은 피해자 전원에 미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제외신고란 집단소송에 관한 판결 등의 기판력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법원에 하는 것을 말한다.

최 변호사는 “가장 중점을 둔 사항은 집단소송의 관할법원을 한정한 것”이라며 “이는 집단소송제도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시간, 역량 등을 고려한 것으로 집단소송제도를 진행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대표당사자 외에 대표단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불법행위마다 속성이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보호, 환경보호 등 공익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법인 또한 포함될 수 있게 따로 명시해 놓았다.

최 변호사는 “변협 법제연구원은 기본적 인권옹호,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변호사 사명을 전제로 집단소송법안을 만들었다”며 “어떻게 하면 국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을지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또한 집단소송에서 제외신고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본은 2013년 소비자집단소송이 도입됐으며, 지정된 소비자단체만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소비자집단소송은 소비자단체에 의한 위법성 판단단계, 개별소비자에 대한 손해배상단계 총 2단계로 나뉘어진다.

집단소송제도 도입에 대한 반발도 나온다. 집단소송의 경우 피해자들의 소송비용부담이 적기 때문에 남소 가능성이 크고, 남소가 발생할 경우 소송 방어비용 증가, 경쟁력 약화 등으로 기업에 막대한 손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진 토론에서 오인영 변호사는 “새로 도입될 집단소송법이 실효성 있는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집단적 피해자 혹은 소비자 시각에서 소송의 구조 등 모든 부분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외신고 방식의 집단소송제도 단점인 패소 시 기판력 확장 결과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소비자소송의 경우 피해소비자가 1000만명 단위에도 이를 수 있어, 자신이 피해자인지, 소송허가결정이 내려졌는지 알지 못해 제외신고를 하지 못한 피해자에게까지 기판력이 확장되어 다른 구제방법이 전면봉쇄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 상사법무과 김봉진 검사 또한 “이는 피해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수도 있는 문제로 이들에 대한 구제방법이 법적으로 보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변협 이장희 사무총장은 “제외신고를 안한 데 대해서는 재심 등 현 제도로 보완 가능하다고 생각되며, 소송이 장기간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불이익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얼마나 발생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좌혜선 국장은 집단소송제도는 기업 입장에서는 피해배상을 일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사법부 입장에서는 통일적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김영현 판사는 “법안은 인지대 상한액을 500만원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는 소액의 착수비용만으로 집단소송이 가능해 기획소송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며 “집단소송 법안 마련 자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회적·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므로 오늘의 논의가 유의미한 입법적 성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서희석 교수도 “소송의 장기화, 적용범위 문제 등이 있지만, 위 공청회를 계기로 바람직한 방향의 집단소송법이 제정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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