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전일소보(向前一小步) 문명일대보(文明一大步).” 중국의 공중화장실 남자 소변기에서 본 글귀다. 4대 문명 발생지답게 중국은 화장실에서도 문명을 거론한다. 우리나라 남자소변기의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보다 훨씬 점잖고 넛지효과가 있다. 화장실에서 암모니아 냄새는 나지만, ‘역시 중국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이 어떤 나라인가. 인구 세계 1위, 수출액 세계 1위, 외환보유고 세계 1위, GDP 세계 2위, 면적 세계 4위. 넓은 땅에 인구만 많은 나라가 아니라, 이제는 돈도 많은 나라가 되었다. 대국굴기의 기치 아래 중국은 대국을 넘어 강대국이 되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의 위상에 걸맞는 대국의 품격을 세계에 과시했다고 자평한 바도 있다.

그러나 한국 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이성을 잃은 난폭한 보복을 보면, 과연 중국이 대국의 품격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사드는 적화통일 야욕에 사로잡힌 김정은의 미사일에 대한 우리의 불가피한 방어수단이다. 반면 사드로 인해 중국이 입을 불이익은 그들의 엄살처럼 심각하지 않다. 이미 중국의 레이더가 한국 전역을 샅샅이 감시하고 있지만, 사드의 레이더는 중국 일부 지역을 탐지할 가능성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정부 주도하에 민간까지 나서 사드 보복을 하고 있다. 한한령(限韓令)에서 시작된 사드 보복은 공연, 무역, 관광 등 전방위적이다. 또 초등학생들에게 롯데 불매 궐기대회를 열게 할 정도로 일사불란하다. 중국은 사드를 기화로 대내적으로 국민의 애국심을 결집시키고, 대외적으로는 코털이라도 건드리면 가차없이 응징한다는 패권을 과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이 제1교역국인 우리나라는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사드에 대한 중국의 이러한 태도는 진영을 더욱 공고하게 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제재에 불투명하던 중국은 급기야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방어체계 구축을 저해하는 입장이 되었다. 러시아까지 동조할 양상이다. 한미와 조중의 상호방위조약하에 6·25전쟁의 양 진영은 여전하다. 또 다른 진영인 미국은 중국 통신 대기업 ZTE(중싱통신)에 11억9200만 달러(1조3640억원)라는 엄청난 벌금을 부과하였다.

이번에 중국 정부는 중국 내 롯데마트 점포 99곳 중 55곳에 대해 소방법, 시설법 위반을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하면서도 법과 규정에 따른 합법적인 조치임을 강조했다. 사드 보복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외국 기업 중 롯데마트에 대해서만 대대적인 불시점검을 했다고 하니,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보복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국가 정책의 목표로 의법치국을 내세웠다. 의법치국은 부패척결을 통해 궁극적으로 공산당이 영도하는 사회주의 법치국가 건설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의법치국이 법의 이름으로 홍콩·신장 위구르·티벳의 독립운동을 제압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외국 기업을 축출하는 전가의 보도는 아닌지 시 주석에게 묻고 싶다.

긴 기다림 끝에 봄이 되었지만, 아직 우리 마음 속 갈등의 응어리는 완전히 풀어지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태극기를 들었든, 촛불을 들었든, 이제는 국가의 안보와 이익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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