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 ce)이 법률을 비롯한 현 사회 구조를 한계점까지 몰고 갈 것임은 분명하다. 그랬을 때, 우리의 미래가 ‘스타트렉’ 같이 전례 없는 번영과 자유의 시대가 될 것인가, 아니면 ‘터미네이터’ 같이 인간과 기계의 끊임없는 투쟁의 시대가 될 것인가?

제리 카플란은 학계에서는 스탠퍼드대학교 법정보학센터 교수로, 유명한 AI학자다. 벤처 업계에서는 여러 회사를 경영한 기업가이자 기술 혁신가, 베스트셀러 작가다. 실리콘밸리에서 네개의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해 두곳을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지난해 번역 출간된 AI 시대의 도래를 예견한 ‘인간은 필요 없다’는 한국은 물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가 이번엔 간결하고 균형 잡힌 ‘인공지능의 미래(신동숙 옮김, 한스미디어)’를 얘기한다.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 ‘모두가 알아야 할 지식’ 시리즈의 하나다. 하지만 만만치 않다.

변호사 시절 에이브러햄 링컨의 법률 지식은 그가 말에 싣고 다닐 수 있는 만큼의 책들로 한정되었다. 당시 법정에서 오가는 변론은 기껏해야 “암컷 거위에게 좋은 것이 수컷 거위에게도 좋다(규칙은 공평해야 한다)”와 같은 격언이나 경구를 인용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변호사들이 모든 판례를 즉각 검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계약서 초안이나 소송 사건 개요 등 온갖 종류의 문서를 작성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제리 카플란은 제5장 ‘인공지능과 법’에서 먼저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방식으로 독자를 이끌어간다. 질문자체가 묵직한 고민거리다. 질문을 그대로 옮겨 적는다.

△인공지능은 법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인공지능은 변호사들의 업무를 어떻게 바꿀까? △인공지능은 변호사 업무에 어떤 식으로 활용될까? △컴퓨테이셔널 로(computational law)란 무엇인가? △컴퓨터 프로그램이 협정이나 계약을 맺을 수 있을까? △지능형 에이전트의 활동 영역을 특정 범위로 한정해야 할까? △사람이 지능형 에이전트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져야 할까? △인공지능 시스템에게 재산 소유를 허용해야 할까? △인공지능 시스템도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 △그저 컴퓨터가 법을 준수하도록 프로그램하면 되지 않을까? △인공지능 시스템이 범죄 행위의 책임을 어떻게 질 수 있을까?

낯선 ‘컴퓨테이셔널 로’ 분야로 AI를 설명해보자. 법과 규정, 관련 절차를 보다 형식적인 방법으로 표현해내면 해석과 집행이 명확해진다. 자동화시스템을 사용하기가 용이해지고 법의 일관성·공평성이 유지될 수 있다.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미국 재무부 OFR에서 진행 중인 ‘산술화 계약(computable contracts)’이라는 연구과제가 있다. 기본 개념은 대출이나 장기 임대차 계약과 같이 비교적 단순한 계약을 형식적으로 분석해내, 분쟁이 일어났을 때 조정이 가능한 논리 구조로 나타내는 것이다. AI가 법률적용 시스템 자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의 한 사례다. 가장 좁게는 AI가 법률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아가서는 법체계에 강력한 영향을 가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AI에게 인격을 인정할 것인지, 그리고 어떠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부과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로 발전될 수밖에 없다. AI는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다. 바로 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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