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독점을 감독하는 공정위의 행정독점-

전속고발권(專屬告發權) 폐지가 재벌개혁의 주요의제로 등장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제력 집중, 시장지배력 남용, 불공정행위 등의 예방과 감독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검찰이나 중소기업청, 조달청 등 다른 행정기관들이 공정거래 사건을 조사·처리하는 것마저 봉쇄하는 기제가 전속고발권이기 때문이다.

전속고발권 제도를 둔 입법례는 일본이 유일하다. 공정거래법 체계를 처음 만든 미국은 법무부 반독점국이 시장지배남용행위, 입찰조작, 시장분할 등에 대한 감독과 형사처벌을 담당하고, 연방거래위원회는 불공정행위 감독과 행정처분의 집행을 수행한다. 주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도 공정거래 사건을 처리하고 있어 미국은 다원적인 공정거래 집행체계를 가지고 있다. 전두환 정권은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의사회 구현을 주창하며 그 일환으로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일본 공정거래법을 계수하여 공정거래법을 제정하였다. 일본만의 특유한 공정거래 행정제도인 전속고발권을 도입한 것은 충분한 비교법적 검토를 거친 결과는 아니었다.

강제조사권이 없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 사건의 사실조사나 증거수집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수사의 전문성은 당연히 검찰에 있다. 단군이래 최대 규모의 담합사건이라던 시중은행들의 CD금리 담합사건은 공정거래위원장에서 4년여의 시간만 끌다가 심사종결로 결론 없이 종결되었는데, 처음부터 검찰과 협력하여 신속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불공정행위 사건은 신속한 조사로 불공정행위를 중단시키고 피해복구를 하지 않으면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이 문을 닫게 되는데, 2010년 평균 112일이던 공정거래 사건처리기간은 2015년 240일로 계속 늘어지고 있다. 2013년 전속고발권 폐지의 대안으로 고발요청권이 확대되었으나 3년간 조달청 3건, 중소기업청 9건, 감사원 0건에 불과했다. 이제 왜 전속고발권 제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전속고발권 폐지반대의 주요논거는 검찰이 실질적 경쟁제한성 침해 등 공정거래 사건 위법성 심사에 필요한 경제적 영향분석 등에서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전문성은 행정기관 사이에 협력을 통해 보완해야 할 문제이지 어느 한 행정기관이 독점적 행정권한을 가져야 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예를 들면 검찰이 담합행위, 시장지배적 남용행위, 기업결합, 지주회사 행위규제 위반 등을 수사할 때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쟁제한성 침해나 경제적 파급효과 등에 관한 전문의견을 받아 수사를 진행하고 기소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공정거래 집행체계는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의 협력체계이다. 미국은 1948년부터 ‘업무연결 프로그램’을 통해서 산업에 대한 상대적 전문성, 인적자원의 가용성, 각 기관의 정책적 관심 등을 기준으로 사건의 성격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행정기관 사이의 협력을 통해 보다 수준 높은 행정력을 보여주는 것이지, 행정기관 사이에 누가 더 전문성이 있느냐를 놓고 다투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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