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일 서울회생법원이 출범하였다. 서울회생법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회생·파산 전문법원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에 따라 기업과 개인의 도산은 일상이 되고 있다. 기업과 개인의 도산에 대응하는 법적 장치로서의 파산, 회생, 국제도산 등의 법정 도산절차는 날이 갈수록 그 중요성이 더해 가고 있다.

특히, 2016년 말 기준 1300조원이 넘은 가계부채 문제는 우리사회가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하거나 장기 불황에 돌입하게 될 큰 위험에 처해 있음을 알려준다. 적절한 부채는 가계의 소비 능력을 증가시켜 총수요를 진작하나, 과도한 부채는 원리금상환부담의 증대로 소비위축을 초래하며, 소비위축의 당연한 결과로 경제성장률이 하락한다.

인적자본이 사장된다는 것도 과다 부채로 인한 중요한 악영향이다. 과다한 부채에 허덕이는 가계는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하기 어렵다. 돈을 벌어서 모두 빚을 갚는데 써야 한다면, 이는 바로 채무노예에 다름 아니다. 감당할 수 없는 과도한 빚은 근로의욕을 상실하게 하여 인적자본이 사장된다. 인적 자본이 사장되면 이들을 부양하기 위한 사회보장비용이 증가한다.

부채가 과다한 상태에서 금리 급등, 경기침체, 인구구조 변화 등과 같은 충격 발생 시 금융위기 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증대한다. 급격한 금리상승에 따른 충격 등으로 소득 및 자산가치가 급감하는 경우 채무불이행이 증가하면서 시스템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

과다부채는 긴축, 고성장, 채무조정, 정부부채로의 이전, 인플레이션 유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축소할 수 있으나 과다부채 축소과정이 경제위기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고성장(소득 증대)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고성장은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과다한 가계부채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가계부채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한다.

가장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은 채무조정이다. 도산 또는 채무 재조정은 민간·공공부문 경제주체들의 파산을 용인하거나 채권자들의 합의를 통해 부채의 만기, 규모, 금리 등을 상환이 가능한 범위 내로 조정하는 것이다. 개인파산, 개인회생 절차를 채무자 우호적으로 정비하고 활성화하여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도모하자는 주장에 대하여 금융권은 도덕적 해이 논란을 제기하면서 끈질기게 반대하고 있다. 도덕적 해이 논란은 말은 무성하지만 실증적으로 증명된 적은 없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할 때 빚을 쉽게 떼먹으려고 한다고 볼 만한 어떠한 증거도 없다.

회생법원이 채무자 우호적인 개인파산·개인회생 절차 운용을 통하여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큰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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