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변협의 업무에 깊은 관심을 두지는 못했으나, 기회가 되어 제49대 대한변협 집행부의 이사로 ‘잠시’ 추천되는 영광을 갖게 되었다.

총회에 참석한 많은 분들이 비슷한 느낌을 가졌겠지만, 과거와 달리 매우 치열하고 격해진 총회의결 과정에 참여해보니 당혹스럽고 안타까운 느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젊은 변호사님들의 절규에 가까운 분노의 표출은 변호사 단체들이 외치는 화합과 통합의 구호가 얼마나 멀고 힘든 일인지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계기였다.

집행부로 추천되었다는 것이 잘못은 아닐진대 뭐라 말 한 마디 하지 못하고 격한 언어들을 그대로 감내하며 들어야 하는 스트레스는 이만 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특별한 생각 없이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려 참석하신 많은 대의원들과 이의를 제기하는 당사자들도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신구 집행부 교체와 공로자 축하의 장이었던 총회는 이제 강한 세력 다툼의 장이 되어 버렸고, 박수와 관행에 의지하여 ‘좋게 좋게’ 진행되던 의결의 시대가 끝나고 목숨 걸고 회칙을 찾아가며 세부 규정을 따라야 할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본래 단체의 총회는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세력의 갈등이 드러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회칙이라는 절차규정으로 처리가 되는 것이니, 갈등의 분출은 민주적 의사결정의 당연한 과정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다만 염려스러운 것은, 그 갈등의 분출과정이 정제되지 않은 격한 고성과 인신공격성 발언이 되어버린다면, 그 결과로 절차규정에 따라 변호사 단체의 집행부 출범을 무력화시키기에 이르렀다면, 그것으로 어느 누구든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고 자축할 수 있는지 하는 점이다.

총회를 개최하는 비용과 노력은 고스란히 전체 변호사들의 부담이다. 원근 각지에서 휴가까지 내어 참석한 많은 분들이 싸움과 다름없는 총회를 기대하고 참석한 것은 아닐 것이다. 최소한 총회가 일부 변호사님들의 고충과 불만을 여과 없이 분출하는 장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막말과 고성은 정당한 주장조차 정당성을 잃게 만든다는 사실을 우리는 직업적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자격의 취득과정과 관계없이 각자의 이해관계와 고충이 있고 그것을 세력화하여 의사를 표현하고 관철시키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지만 우리는 변호사라는 하나의 공통된 이름을 가지고 있고, 그 공통분모가 기대하는 범위에서 행동해야 한다.

계속되는 거친 고성에 부끄러워서 변호사 자격증을 버리고 싶다는 분도 계셨지만, 그 자격증은 취득 방법과 관련 없이 나름의 사회적인 의무와 책임, 품격을 지니고 있고, 그것을 지키자고 합의한 것이 ‘품위유지’ 의무이다. 뭐 그리 잘나서 품위를 지키자는 것이 아니라, 분쟁을 대리하고 인신을 보호하는 일은 개인의 인격과 무관하게 직업적으로 고귀한 사명이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최고 법정에서 막말을 하는 분들에 대한 징계여부는 집행부의 미구성으로 인해 논의조차 할 수 없게 되었고, 차후 논의되더라도 실기한 논의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변호사님들의 화합은 통일만큼이나 난망해 보인다. 다행인 것은 예비 집행부의 입장은 어떻게든 화합을 위해 젊은 변호사님들의 고충을 더 끌어안고 보듬고 엄격히 절차 지키며 가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듯하다.

필자는 총회 의결 과정과 전혀 무관하게,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로 윤리이사 내정자의 지위를 사임하였다. 번잡한 일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있지만 어려운 시기에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미안함도 있다.

부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새로 출범하는 집행부에 힘을 실어 주시길, 젊은 변호사님들의 분노까지 끌어안고 화합을 이끌어 낼 넉넉하고 힘 있는 변호사단체가 되기를 기대한다.

다시는 총회에 얼씬도 하기 싫어졌지만, 그래도 가보려 한다.

나도 가진 것 별로 없는 힘없고 젊은 변호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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