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성명 통해 이정미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여성 재판관 임명 촉구
재판관 구성에서부터 다양한 가치관 담아낼 수 있어야…“인선 곧 마무리”

변협이 이정미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여성재판관 인선을 촉구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헌법재판소 재판관 9인 중 유일한 여성인 이정미 재판관 후임으로는 여성을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는 오는 13일까지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차기 헌법재판관 지명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유력한 재판관 후보로 남성 법관들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변협은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뿐만 아니라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 헌법소원 심판 등을 통해 헌법을 최종적으로 해석하고 헌법정신을 실현하는 헌법기관”이라며 “재판관 구성 자체부터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을 담아내어, 헌법재판소 결정에 헌법 정신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여성 복지와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는 우리 헌법에서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가치”라면서 “유일한 여성 재판관의 후임으로 남성을 지명한다면 헌법재판관 모두가 남성으로 구성되므로, 이러한 헌법가치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헌법재판관 구성에서부터 다양한 가치를 조화롭게 반영하고, 여성의 권익을 대변·수호할 여성 재판관을 1인 이상 포함하는 것이 헌법 정신의 구현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권한은 대한민국 헌법에서 부여받은 권한으로, 이를 헌법 정신에 맞게 행사할 의무가 있다”며 “여성재판관을 인선하여 헌법 정신의 구현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인간의 존엄성,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 보호, 헌법의 이념과 가치를 지키는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이은경)도 지난달 27일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남성재판관 지명은 헌법재판소에 여성들의 권익과 복지를 수호하고 대변할 여성재판관의 지위가 면면히 이어지기를 염원하는 여성들의 간절함을 외면하는 처사”라며 “사회적 약자를 포함해 국민 상호 간의 조화와 배려라는 헌법정신에도 위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헌법재판관 후보로는 강형주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이종석 수원지방법원장, 안철상 대전지방법원장을 비롯해 여성 후보로는 이은애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직무대리, 여미숙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물망에 올랐다.

역대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 중 여성은 이정미 재판관을 제외하고 전효숙 재판관(2003년 8월 26일~2006년 8월 25일)이 유일하다. 헌법재판소장이 여성이었던 적도 없다.

독일의 경우 연방헌법재판소 재판관 16명 중 5명, 오스트리아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12명 중 4명이 여성이다. 스페인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12명 중 2명, 그중 1명이 부소장을 맡고 있다.

대법원도 여성 비율이 적은 것은 헌법재판소와 마찬가지다. 법무부가 2015년 발표한 역대 대법관 구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48년부터 2015년까지 재임한 대법관 142명 가운데 여성은 4명(2.8%)뿐이었다.

전수안 전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전체 법관 비율과 상관없이 양성평등하게 성비 균형을 갖춰야 하는 이유는 대법원이 대한민국 사법부의 상징이자 심장이기 때문”이라며 “헌법기관은 그 구성만으로도 헌법적 가치와 원칙이 구현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대를 졸업한 법관 출신 남성’으로 획일화돼 있는 대법관 구성으로는 대법원 판결에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와 의견, 특히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최근 5년간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사건을 살펴보면, 10건 중 4건이 만장일치 판결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의 A변호사는 “여성이 헌법재판소 재판관 또는 대법관이 되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가치관 반영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여성 법조인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고위 법관직에서의 여성 비율도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고 전했다. 여성 변호사의 경우 2005년 전체 변호사 중 5%에 불과했지만, 2017년 현재는 24%로 약 5배 이상 늘었다.

대법원은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이전에 후임 헌법재판관 인선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재판관들은 변론절차 종료 후 평의에 돌입해 탄핵심판 쟁점 정리, 법리 검토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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