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책을 재미나게 읽었다. 잡화점의 주인인 나미야씨가 운영하던 고민(일본말 : 나야미)상담실에 얽힌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내용으로, 처음부터 마지막장을 덮는 순간까지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끼게 해 준 매력적인 책이었다.

특히 나미야씨가 익명의 고민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아무리 사소한 고민일지라도, 때로는 장난 같은 엉터리 내용이 담겨 있더라도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도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라는 생각을 가지고 항상 진지한 태도로 그 나름의 조언을 해주었다. 이러한 나미야씨의 마음가짐은 내가 변호사로서 사건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되새기게 하였다.

나는 타인의 인생에 어쩌면 가장 큰 고민일 수도 있는 법률문제를 대리하는 법률전문가이다. 그리고 각 사건에 얽힌 사연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하여 전문 지식을 갖추고 항상 열린 마음으로 사건과 당사자를 대하려고 한다.

때때로 변호사로서의 호승심이 생겨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에 더 흥미를 가지고 집중하기도 한다. 어쩌면 한 개인이자 변호사로서의 성취욕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사건의 사사로움과 무관하게 모든 사건에 변호사로서의 역량을 다하고 있다.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는 업무적 특성 때문인지 변호사들은 그 동안 사회적으로 많은 인정을 받아왔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가지는 좋은 반사적 이익이었다. 그러나 최근 사회적 변화 속에서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대우나 평가가 다양해지고 있다.

고된 업무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사회적 평가가 예전 같지 않자, 몇몇 변호사는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자조적인 반응을 하며 때로는 비하적인 표현을 하기도 한다. 간혹 그러한 표현을 접할 때마다 작금의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처음 품은 변호사로서의 직업관을 잊지 말고, 그 본질에 집중하자고 다짐한다.

나미야씨가 아무리 사소한 고민일지라도 최선을 다해 조언하였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힘을 얻은 것처럼, 나 또한 사건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해 임하는 변호사가 되어 작은 일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가 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역할을 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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