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계에 관한 권한 중 전쟁에 관한 권한은 일차적으로 미국 연방헌법에 의해 대통령과 연방의회에 적절히 배분돼 있다. 대통령은 군통수권자로서의 지위를, 연방의회는 전쟁선포권과 함께 군대를 창설하고 국토를 방위할 권한을 가진다. 그런데 전쟁에 관한 권한과 관련해 대통령과 연방의회 중 어느 기관의 권한인지가 불명확한 경우도 존재한다. 이러한 쟁점을 다룬 연방대법원의 대표적 판결은 한국전쟁과도 관련된 1952년 영스타운 시트 앤 튜브 회사 대 소여(Youngstown Sheet&Tube Co. v. Sawyer 판결 343 U.S. 579)다.

여러 철강회사와의 오랜 단체교섭이 실패로 끝나자, 미국철강노조연합은 1952년 4월에 파업 돌입을 미리 고지했다. 단체교섭의 막판 수개월 동안 대통령은 파업을 피하고 교섭 타결에 이르기 위해 모든 가능한 행정적 구제수단을 사용했었다. 연방의회도 해결을 위해 광범위한 논의를 벌였으나 그와 관련한 법들은 통과시키지 못했었다. 상공부장관은 대통령령에 근거해, 한국전쟁 수행 중 철강 생산이 방해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철강회사들을 장악했다. 이에 철강회사들은 그 장악 명령이 무효라는 결정을 받아내기 위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블랙(Black) 대법관에 의해 집필된 다수의견은 대통령이 ‘고유권한’이라는 개념과 ‘군통수권자’라는 대통령의 지위에 기댄 채 국가안보를 보호한다는 긴절한 필요에 근거해 연방의회의 입법권을 빼앗는 행정명령을 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음은 그 추론의 요지다.

인정하건대, 대통령에 의한 회사 장악의 어떤 권한이 있다면 그것은 연방헌법에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행동에 대한 명시적 근거 권한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그 권한은 헌법의 명문규정에 의해 부여된 권한들 전체로부터 암시된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본 사건의 행정명령인 대통령령은 대통령이 군통수권자라고 해서 정당화 될 수는 없다. 비록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개념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할지라도 파업 방지를 위해 개인의 사적 재산을 장악하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볼 수는 없다. 입법영역에서의 대통령의 권한들은 연방의회에 새로운 법을 제안하거나 법률 통과에 반대하는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에 한정된다.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의회 입법의 행정부에 의한 집행이 아니고 대통령에 의해 수행된 입법행위다. 이 사건에서 대통령이 감행한 행위는 연방의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연방헌법은 연방의회에 입법권한을 부여함에 있어 구체적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본 법원은 대통령 행정명령의 집행을 금지한 연방지방법원의 결정을 인용한다.

전쟁에 관한 권한이 일차적으로는 미국 연방헌법에 의해 주로 대통령과 연방의회에 적절히 배분되어 있으나, 연방의회가 이러한 권한들에 대한 특정 쟁점과 관련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때 대통령은 권한의 배분이 불확실하고 경계가 불분명한 ‘중간지대’에서 권한 행사를 하게 되고, 이것이 관행으로 굳어지면서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의해 확인되기도 함을 이 판결을 통해 알 수 있다. 전쟁에 관한 권한의 획정과 관련해 입법, 행정, 사법부가 다함께 개입하는 진정한 의미의 삼권분립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