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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국민과 헌법재판소
윤배경 변호사  |  bkyoon@yollhy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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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호] 승인 2017.02.27  10: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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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공화국 이전, 정권의 정당성과 사회의 부정의에 국민이 저항할 때마다 거리엔 최루탄 가스가 난무했다. 언론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 했고 정치는 실종되어 있었다. 갈등을 제도권에서 해결하는 것 자체가 기대불능이었다. 폭력은 폭력을 낳았고 많은 젊은이가 목숨을 잃어야 했다. 오히려, ‘국가비상사태’니, ‘혁명’ 운운하는 군 정성의 발언과 군부대 이동에 모두가 마음 졸여야 했던 시절이었다.

2017년 초, 탄핵정국이다. 국가의 원수, 행정부의 수반이고 외국에 대해 국가를 대표하는 막강한 권위와 권한을 가진 대한민국 대통령(헌법 제66조 제1항, 제4항), 그리고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 대한민국 대통령(동조 제2항),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 대한민국 대통령(동조 제3항)을 파면시키고자 하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이유여야를 막론하고 국가적으로 불행한 사태를 현행 헌법이 시행된 이래 벌써 2번째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국민의 눈과 귀가 헌법재판소(헌재)의 심리에 쏠려 있음은 당연지사. 연일 방송매체와 SNS로 헌재의 심리 내용이 알려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탄핵심판 청구인 측과 피청구인 측이 어떤 내용의 준비서면을 제출하고 무슨 증거신청을 하였는지, 제출된 증거가 과연 사용될 수 있는 증거인지 아닌지에 대한 내용이 국민에게 전달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재판소장이 어떤 발언을 했고, 주심 재판관이 대리인들에게 어떤 주문을 하였는지, 증인 심문과정에서 어떤 재판관이 무슨 말을 하였는지도 많은 국민들은 알고 있다. 이에 따라 청구인 측 대리인과 피청구인 측 대리인들이 구사하고 있는 재판 전략에 대한 분석과 평가가 실시간 이루어지고 있다.

광화문 촛불 집회와 대한문 태극기 집회 사이의 장외 대결 못지 않게 재판소 법정 안에서도 치열한 법리 공박과 이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온 국민이 대한민국 헌법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헌재는 한 마디로 ‘비상사태’다. 수많은 사건들을 제쳐두고 일주일에 2~3차례씩 심리를 강행하면서 모든 재판관이 전력투구하고 있다. 몇몇 재판관의 발언을 종합하여 보면 헌재가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적 비상사태를 하루라도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다.

돌이켜 보건대, 지금처럼 헌재를 힘들게 하지 않을 정치적 해결책이 있기도 했다. 지난해 말 최순실 국정농단과 국기문란 등의 실체가 드러날 때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신임이나 신뢰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어 버렸다. 대통령의 거듭된 사과와 더불어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정치적 타협안이 제시된 바 있었다.

일부 야당 의원들도 이에 가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핵소추 외에 다른 탈출구를 찾을 길이 없었다. 강력한 여론의 비판과 촛불 민심의 저항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외길을 가듯 헌재의 문을 두드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인상적인 것은 국민이 묵묵히 참고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도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화답했다. 모두가 헌법의 틀 안에서 국가적 갈등을 ‘질서 있게’ 해결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헌재를 믿고 있다는 반증이요, 헌정 질서를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헌재의 재판기능이 갖는 가장 큰 역할은 국가사회의 가치체계를 선언하고 분쟁을 평화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헌법 해석과 관련된 정치적 사건을 해결하는 헌재가 지닌 가치와 위상은 중대하다. 1987년 헌법개정을 통하여 새로이 탄생한 헌재가 답할 차례다.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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