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6년차 개업변호사다. 시장이 언제는 좋은 적이 있었나. 항상 역대 최악이란 말을 하지만 올해는 진짜 어려운 게 맞는 것 같다. 작년엔 대출금도 거의 갚고 차도 바꾸고 이젠 나도 자리를 잡았구나 싶었는데, 올해는 수임이 시원찮아 통장 잔고를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도 이젠 경험이 쌓여 수임이란 원래 기복이 있는 것이고 몇달 지나면 다시 상승기가 올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누가 개업변호사 생활이 어떠냐고 물으면 좋다고 대답한다. 사건이 많으면 바쁘긴 해도 돈을 많이 버니 좋고, 사건이 없으면 시간이 많아서 여행도 가고 취미생활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사건이 많아서 바쁜 적은 몇번 없었고, 사건이 없어도 신기하게 일은 계속 밀린다. 사건이 없을 땐 여행을 가도 맘이 편치만은 않다. 누구 하나 나한테 지시하거나 간섭하는 사람이 없어서 좋지만, 모든 책임은 내가 질 수밖에 없다.

2016년 10월 기준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변호사 수는 2만 1776명이라고 한다. 내 등록번호가 1만4000번대니까 5년 사이에 7000명 정도가 늘었다. 변호사 수가 1.5배가 되었는데 먹고 살만은 하니 잘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잘 버틸 수 있을지는 걱정이다.

그래도 나는 개업변호사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의뢰인과 상담할 때도 솔직하게 얘기하고, 소신대로 사건을 진행한다. 수임이 쉽진 않지만 힘들만 하면 또 사건이 들어온다. 그리고 가끔씩 내가 사업가가 아니라 변호사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일이 생긴다. 의뢰인이 절실하게 내게 의지하는 것을 느낄 때, 의뢰인의 감사의 말에 진심이 느껴질 때, 기록을 꼼꼼히 검토하다 새롭게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때, 이기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던 사건에서 내 주장이 받아들여져서 판결문에 그대로 인용되어 있을 때, 변호사란 직업에 자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승소해서 성공보수를 받을 때 내가 개업변호사라는 걸 느끼게 된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