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5도16014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로서, 의료법 제41조는 “각종 병원에는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해당 요양병원에 입원환자 약 130여명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지 않고 위 병원을 운영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2. 제1심판결의 요지

제1심에서 피고인 측은 ‘당직의료인’의 해석에 관해, 피고인이 해당 요양병원을 운영한 방식과 같이, 의료인이 병원 시설 외에서 대기하다가 호출이 있으면 병원으로 와서 근무하는 경우에도 당직의료인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제1심은 의료법 제41조의 취지가 주로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원급 의료기관과는 달리 요양병원을 포함한 각종 병원에서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급박한 진료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하여 당직의료인의 근무를 법적으로 강제하도록 한 것임 등을 들어, 피고인 측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3.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의 요지

피고인 측은 제1심에서의 주장과 같은 이유로 항소했으나, 원심은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아래와 같이 죄형법정주의 위반에 관해 직권으로 판단했다.

먼저 원심은 “법률이 아닌 하위규범에 범죄구성요건 등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사항을 정하도록 위임하는 것은 반드시 법률규정 자체에서 이를 하위규범에 위임한다는 것을 명시하여야만 가능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2002헌가20)을 들어, 의료법에는 당직의료인을 둬야 한다는 것 외에 그 수나 자격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으며 그 구체적 내용의 결정을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위임하는 규정 또한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동시에 의료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이 병원의 규모에 따라 배치하여야 할 당직의료인의 수를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법률의 구체적 위임 없이 규정한 것이어서, 의료법 제90조로 처벌되는 의료법 제41조 위반행위는 당직의료인을 전혀 두지 않은 경우에 한정된다 할 것이므로, 이를 넘어서 의료법 시행령에 규정된 당직의료인 수를 준수하지 않은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처벌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은 이 사건 당시 해당 요양병원에는 간호사 3명이 당직의료인으로 배치되어 근무하고 있던 사실이 인정되는바, 피고인이 위와 같이 당직의료인을 배치한 이상 위 법리에 따를 때 의료법 제41조를 위반했다고 할 수 없어 피고인을 처벌할 수 없음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에는 죄형법정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보고,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 주장의 상고이유와 같이 죄형법정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유지했다.

4. 대상판결의 의의

이 사건은 법률의 시행령은 모법인 법률의 위임 없이 법률이 규정한 개인의 권리·의무에 관한 내용을 변경·보충하거나 법률에서 규정하지 아니한 새로운 내용을 규정할 수 없고, 특히 법률의 시행령이 형사처벌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면서 법률의 명시적인 위임 범위를 벗어나 그 처벌의 대상을 확장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므로, 그러한 시행령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라는 기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98도1759 등)이 존재하며, 사건이 이미 대법원의 부에 배당되었음에도, 다시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어 판결된 사안이다.

이 사건의 원심판결(2015년 9월 25일)의 지적을 통하여 위임입법의 한계 일탈이 인지된 이후 2016년 12월 20일 의료법 개정을 통하여 동법 제41조에 “제1항에 따른 당직의료인의 수와 배치 기준은 병원의 종류, 입원환자의 수 등을 고려하여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라는 내용의 제2항이 신설되고 개정 즉시 시행됨으로써, 대상판결의 선고 이전에 위 의료법 조항의 위임입법의 한계 일탈 문제는 입법적으로 해결되었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은 위임입법의 한계, 형사처벌에 관한 위임입법의 가중된 한계, 그리고 그 한계를 일탈한 경우의 죄형법정주의 위반에 관한 중요한 법리를 다시 한번 확인한 점에 그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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