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상속사건 상담을 하다 보면 자녀들이 부모님이 남겨주신 재산을 ‘감사히’ 받는 경우도 있지만,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부모님 생존 중에도 자신이 상속받을 것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하는 경우를 보곤 한다. 게다가 남편이 받을 상속재산에 대해서 ‘며느리’에 해당하는 부인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가 하면, 부인이 받을 재산에 대해선 ‘사위’가 자신의 재산인양 생각하는 경우를 보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피상속인 입장에서는 자녀들의 상속재산에 관한 분쟁을 막기 위해 유언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민법은 유언의 형식으로 5가지만 인정하고 있고(민법 제1065조) 엄격히 해석하고 있어서 유언을 작성한 것이 오히려 분쟁의 소지가 되기도 한다.

우리 민법의 유언방식에 관한 규정은 1958년 민법 제정 당시 만들어진 것으로서 그 이후 한 번도 개정이 되지 않았는데 다른 입법례에 비추어 보아도 요건이 까다로운 편에 속하고 현재 판례는 유언의 방식과 관련하여 엄격한 형식주의에 의하며, 자필유언의 경우 더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로 엄격히 해석하는지를 살펴보면, 자필유언의 경우 전문, 연월일, 주소, 성명의 자서와 날인이 있어야 하는데, ‘년,월’만 기재되어 있고 ‘날짜’가 기재되지 않은 경우 형식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았으며(대법원 2009다9768 판결), 서명은 있으나 날인이 되지 않은 경우도 무효로 보았고(대법원 2006다25103, 25110 판결), 장소 기재에 있어서 ‘암사동에서’라고만 기재된 경우도 형식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았다(대법원 2012다71688 판결).

형식에 위반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라고 보는 것이다(대법원 2004다35533 판결, 2005다57899 판결 등). 물론 하급심 판결 중에는 엄격한 형식주의를 완화하여 판단한 경우도 있었고, 학설은 날인 및 주소 요건은 위헌이라는 견해도 있으며 실제로 헌재에서도 다퉈진 바도 있었으나 합헌으로 결정되었다. 어쨌거나 대법원 판례의 태도는 자필유언과 관련해선 아직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공정증서 유언의 경우 유언자가 유언 취지를 구수해야 하는데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선 완화하여 해석하고 있다. 유언자가 스스로 유언취지를 구수하지 않고 공증인이 유언자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의사표시로 미리 문서를 작성하여 유언 취지를 질문하고 망인이 ‘그렇게 하라’고 답하여 공정증서 유언이 작성한 경우 유효로 본 것이다(대법원 2005다75019 판결).

그러나 유언자가 반혼수상태에서 고개만 끄덕거리는 정도는 유언취지의 구수가 없어서 무효라고 보았다(대법원 95다34514 판결 등).

한편 최근 대법원은 공증유언의 경우 굉장히 완화된 판결을 내린 바 있는데, 법문상으로는 유언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해야 한다고 되어 있으나, 공증인이 병상에 누워 있는 유언자에게 유언 내용을 낭독한 뒤 유언자를 대신하여 서명했다고 하더라도 유언자가 유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의사능력이 충분히 있는 상태였다면 유효라고 한 것이다(대법원 2015다231511).

유언과 관련한 분쟁은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유언자의 유지와 법적 안정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일이 변호사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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