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홍영표 의원·징손모, ‘환경피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 개최
기업 부담 덜기 위한 배상액 최고한도 설정 및 징벌배상액 입법화 방안도 논의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한번 제기됐다.

대한변협은 지난 17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홍영표 국회의원,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지하는 변호사·교수 모임과 공동으로 ‘환경피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가해자가 악의적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혔을 경우 피해자가 실제로 입은 손해를 초과하는 손해배상액 지급을 명함으로써 가해자 및 제3자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행위를 반복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한 제도다.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이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피해에 상응하는 액수만을 보상케 하는 ‘전보적 손해배상제도’가 자리 잡고 있으나 도입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가장 오래 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영국은 법원이 손해배상 구간을, 배심원이 배상액을 결정한다. 대륙법계 국가인 중국도 1993년부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고 있다. 2008년에는 독성물질 멜라민이 든 분유를 먹은 아이 10명이 숨지고 수만명이 입원한 ‘멜라민 파동’을 계기로 식품안전법에 생산자나 판매자에게 대금의 10배에 달하는 배상액을 지불할 것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규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가습기 살균제 파동’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안전사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한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이 나오기도 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의하면,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1131명, 생존 환자는 4301명이다.

임종한 인하대 교수(환경독성보건학회 회장)는 “역학연구에서 가습기살균제 노출에 따른 위험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한정된 대상자, 조사시기 등 제약이 많다”면서 “제한된 자료로 인과관계를 뒷받침하는 연구는 단기에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으므로 장기간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반대논거는 막연하거나 타당치 않아”

기업은 소송 남발로 인해 경영이 악화되고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손해액의 최대 12배 범위까지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법안이 나왔으나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기업 사정을 고려, 신중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017년 업무보고에서 고의로 소비자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힌 경우, 최대 3배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제조물책임법에 도입하겠다는 업무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발제자 홍성훈 변호사(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지하는 변호사·교수 모임 부대표)는 징벌배상책임이 인정되는 사안의 성격을 보고, 징벌배상금 중 일부를 국가에 귀속시키는 방법을 제시했다. 소비자보호법, 차별금지법 등 개별법에서 징벌배상금 재원으로 기금을 조성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당 영역의 유사 피해를 방지하고 손해를 제거하는 등 공익 비용으로 사용하게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책임과 태도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홍성훈 변호사는 “기업 책임을 강화할 경우 기업들 스스로 피해에 대한 구제책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합의와 적절한 배상에 나서면서 소송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태현 강원대 법전원 교수는 “법에 명시되지 않은 안정성 의무인 알파의무는 기업이 지키지 않아도 민사배상책임만 지면 되기 때문에, 이를 일종의 초과비용으로 인식하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면서 “기업들이 알파의무도 준수할 수 있도록 제도로써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전했다.

홍성훈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은 시급한 반면, 이에 반대하는 논거는 대부분 막연한 우려 내지는 타당치 않은 주장”이라면서 “제도 도입을 통해 국민은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기업은 보다 안전하고 신뢰성 있는 제품과 서비스 제공을 촉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이날 토론회에서는 법관이 지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상액 최고한도를 설정하고, 징벌배상액을 입법화하는 등의 방안이 논의됐다.

하창우 협회장은 “기업이 자행하는 불법행위는 특히 환경 문제에서 불특정 다수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피해를 끼친다”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같은 제재 및 견제 장치가 꼭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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