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특허제도는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먼저 발명한 이에게 특허 받을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먼저 출원한 이에게 그 기회를 준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선출원주의를 따르는데, 지난 200년간 선발명주의를 채택했던 미국마저 2013년에 선출원주의로 변경하였다.

발명이란 동시대 기술 수준의 토대에서 탄생하기에 내가 생각한 발명은 다른 이도 생각해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출원일 전 공개된 기술은 특허발명을 죽일 수 있는 선행발명의 자격을 갖는 만큼, 신속한 출원일 확보는 생명과도 같다. 따라서 발명자는 특허출원을 서두르게 된다. 한편 발명은 개량될 수 있는데, 개량발명을 보정사항으로 추가할 수 있을까? 특허법은 이를 금지한다. 별도로 출원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먼저 출원된 자신의 출원과 선출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허법은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내우선권 제도를 두고 있다. A라는 발명을 출원하고(선출원) 선출원일로부터 1년 내 선출원에 대해 우선권을 주장하며 A, A+B 발명을 출원하면, 선출원에 포함된 A 발명에 대해서는 선출원일로 출원일을 소급해 주는 제도다.

특허소송에서 특허발명이 우선권주장출원인 경우에는 칼로 사용하고 있는 청구항이 선출원일로 소급되는지 쟁점이 매우 중요하다. 출원일이 소급되는 청구항과 그렇지 않은 청구항은 선행발명 자격 기준시점 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출원발명과 우선권주장출원발명을 비교하여 소급되는 발명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무효자료를 검토할 때에도 우선권주장출원은 좀 더 깊게 검토해야 한다. 흔히 무효자료 검토 시에는 출원일 전 자료만 검토한다. 예컨대, 출원일이 2010년 10월 10일인 특허발명 A가 있다면, 2010년 12월 10일에 공개된 등록발명은 검토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치명적인 실수일 수 있다.

그 등록된 발명이 A, A+B로 구성된 우선권주장출원이고, 소급되는 발명은 A이며 그 우선일이 2010년 10월 10일 이전인 경우라면, 특허발명 A는 우선일이 2010년 10월 10일 이전으로 소급되는 등록된 발명 A에 의하여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등록된 발명 A는 신규성 및 진보성을 다툴 선행발명의 지위는 없지만, “동일한 발명에 대하여 다른 날에 둘 이상의 특허출원이 있는 경우에는 먼저 특허출원한 자만이 그 발명에 대하여 특허를 받을 수 있다”는 특허법 제36조에 따른 선출원의 지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우선권을 규정하는 특허법 제55조 제3항은 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우선권 주장을 수반하는 특허출원된 발명(A, A+B) 중 해당 우선권 주장의 기초가 된 선출원…에 기재된 발명과 같은 발명(A)에 관하여… 제36조 제1항…을 적용할 때에는 그 특허출원(A)은 그 선출원을 한 때에 특허출원한 것으로 본다.”

이런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검토대상에서 제외해선 결코 안 된다. 그 경우에 해당될 고객에겐 검토결과가 지옥에서 천국으로 올라갈 계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변호사 업무 첫날 몸담았던 법인 대표께서 주신 말씀을 끝으로 지난 1년간 진행했던 특허소송실무 칼럼을 마친다. “변호사는, 모두가 ‘그런가 보다’ 할 때, ‘과연 그러한가?’ 끝까지 따져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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