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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파워’ 아닌 ‘도움’으로 재편되길”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이은경 변호사
이지원 기자  |  news@koreanba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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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6호] 승인 2017.02.13  10: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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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만 해도 100명에 불과했던 여성변호사가 현재는 5900여명에 이르는 등 여성변호사가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성변호사 대표 단체로서 한국여성변호사회의 주요 역할은 무엇인가요?

한국여성변호사회는 25년 전 몇명의 회원과 같이 시작했던 친목모임이었는데, 급격한 수적 증가에 힘입어 2015년 기부금단체 등록까지 마치는 등 최근 수년 사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습니다. 주요 역할은 ‘여성 변호사의 권익수호’라는 전문가단체 본연의 영역이겠지만, 한국여성변호사회는 단순히 회무를 뛰어넘어 ‘궁핍하고 억울한 사람을 돕고 대변하는 일’에 여느 단체보다 앞장서 왔다는 점이 하나의 자부심이기도 합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으로 취임하신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그간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전임 회장님 시절 공익 변호사 모집공고를 내고, 아동학대 전담 변호사를 선정하여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파견했고, 작년에도 외국인근로자 지원 변호사를 선정해 ‘감동’이라는 NGO에 파견했습니다. 열악한 보수, 조악한 근무여건인데도 적지 않은 인재들이 몰려들었고, 이들은 사비까지 털어가면서 소외당하는 사람들을 돕고 대변하는 일에 앞장섰습니다. 늘 고마운 마음입니다.

회장 취임 1년의 소회는 큰 보람과 깊은 감사입니다. 저는 이 사회에 빚진 자라는 심정이 많았는데, 작년 1년간의 활동을 통해 이를 조금이나마 되갚는 역할을 했던 것 같아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는 전문가 특유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수많은 여성 변호사가 시간과 재능을 자발적으로 기부하고, 뛰어난 열정과 전문성을 아낌없이 발휘해 온 덕분입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다양한 유관기관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여성, 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률지원활동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여성가족부, 경찰청, 서초구 등 정부 기구는 물론, 각계 공익단체들과 업무협약을 추진하고, 아동, 청소년, 여성, 외국인 등의 지원을 위해 심포지엄과 토론회 등을 개최하여 공적인 목소리를 내왔으며, 민생의 풀뿌리 현장에서 각종 상담도 성의껏 진행했습니다. 작년 5월 결성한 ‘봉사단’은 안양여자소년원 원생들과 일대일 멘토링 결연을 맺고, 손편지 교환과 방문 격려 등 사랑과 관심을 지속적으로 쏟고 있습니다. 특히 ‘아동청소년특별위원회’는 작년 4월 “아동학대가 이 땅에서 사라지는 바로 그 날까지”라는 슬로건하에 ‘아동학대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했고, ‘코피노 아버지 찾기 소송지원 협약’에 기해 양육비를 받아내는 성과도 거뒀습니다. 그리고 작년 7월과 9월엔 ‘온라인 성폭력 실태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몰래카메라 근절 방안을 도출했는데, 참여한 위원들이 과로에 쓰러져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습니다. 작년 11월 ‘성폭력 2차 피해 실태 마련 및 예방책 마련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여 실천적인 정책 제안을 하는 등 조금이나마 이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무척 동분서주했던 1년이었습니다. 금년에도 종전의 공익활동을 꾸준히 지속함은 물론, 김영혜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모시고 ‘인권실무모임’을 만들어 국제인권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다 실천적인 인권 차원의 접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한국여성변호사회에서 ‘생명가족윤리특별위원회’를 신설했는데, 생명윤리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작년에 결성한 ‘생명·가족·윤리 특별위원회’는 ‘인공지능과 법 강연회’, ‘줄기세포와 바이오산업 심포지엄’, ‘환자 연명의료 결정법과 연명의료 간담회’를 통해 이 사회의 가치질서를 근본적으로 재조명해 보았습니다. 사실 ‘생명’ 이슈는 출산을 통해 생명을 전수하는 우리 여성들에게 무척 중요한 이슈입니다. 인간 존엄성의 코어인 생명존중을 둘러싼 법률 이슈에 관하여 최근 세계적인 법흐름은 우려의 소지도 적지 않습니다. 보다 진지한 각성과 충분한 공론이 필요합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유전자가위, 안락사 논란, 궁극적으론 인간과 가족의 정의에 이르기까지 찬반 토론과 주제별 발제 등 다양한 연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변협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여성변호사 과반수가 ‘변호사’라는 직업이 임신, 출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무래도 일·가정양립에 부담을 느껴서겠지요. 이은경 회장님께서는 일·가정양립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계신지요. 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일, 가정 양립 문제는 반드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시급한 과제입니다. 특히 여성 변호사들에게는 발등에 떨어진 불과 같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저출산 극복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가 최대관건 중 하나입니다. 헌데, 이 사회는 여성에 대해 그다지 과감하게 투자하려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과연 실질적인 출산, 육아대책만이라도 준비해 오고 있는 건지, 지금도 여성인력에 대한 유리벽이 너무 육중한 건 아닌지 보다 체감할 만한 노력이 무척 아쉽게만 느껴집니다. 사실 이 문제는 여성에게 계속 물어봐야 합니다. 한국 여성변호사회는 ‘정치 아카데미’ 산하에 일, 가정 양립을 위한 실무모임을 두고, 구체적인 입법대책 등을 논의하고 있는데, 조만간 대선 후보들에 대한 공약을 촉구하는 심포지엄도 개최할 예정입니다.

법대에 진학하셨을 때 모교 출신 여성법조인이 한명도 없을 정도로 법대에 진학한 여학생이 드물었는데요. 직업으로 법조인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어린 시절 법의 기본 틀을 익히고, 실무적인 전문역량을 닦아 사회에 기여하고 개인적인 보람도 키우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 길을 걷다 보니 법조인의 삶은 ‘사람’에 대한 공감과 연민이 없인 감당키 어려운 직업이고, 외로움과 고통이 뒤따르는 일이란 걸 깨닫게 됐습니다. 선과 악을 판단하기 때문일까요? 법조인을 직업으로 택했다는 건 모든 현상에 대한 성찰, 모든 사람과의 대화가 필요하단 걸 감수해야 하고, 사회에 대한 책임도 그만큼 크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판사로 임관했을 당시 여자화장실이 없었을 만큼 여성법조인이 극소수였던 시절, ‘유리천장’을 경험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과거 법원에 근무하던 시절, 어딜 가든 홍일점 소리를 듣곤 했기 때문에 과연 업무를 어떻게 해낼 건지 이목을 많이 받았습니다. 법조인을 꿈꾸는 여성 후배들에게 누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늘 어깨가 무거웠습니다.

물론, 지금 상황이 여성 극소수라는 물리적 환경은 대폭 개선됐지만, 과연 저희 세대에 비해 특히 여성 변호사들에겐 더 좋은 환경인지는 의문입니다. 실제론 훨씬 녹록지 않은 환경일지 모릅니다. 우리나라 청년 세대들이 그러하듯 말입니다.

사실 대한민국 여성 인권이 여성 법조인 수의 증가로 상징되곤 하지만, 남성 그리고 여성 사이에서도 무한경쟁에 내몰려 실은 법조계 전체에서 무척 열악한 지위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당장 취업의 불이익이 크고, 결혼도 쉽지 않고, 파트너 눈치를 보지 않고 출산휴가를 떠나기도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이 점은 선배 법조인이 부채의식을 가지고 후배를 위해 조금 더 분투해야 할 문제하고 생각합니다.

판사로 11년 근무 후 변호사 개업을 하시고나서 유학을 다녀오셨는데 유학생활에서 무엇을 느끼고 경험하고 오셨는지, 변호사업무를 하는 데 어떠한 도움이 됐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어찌하다 보니 본성과는 달리 계속 변화를 추구하는 삶을 살게 됐습니다. 유학을 갔던 것도 변호사 개업 3년차 당시엔 적지 않은 모험이었고 경제적인 손실도 만만치 않았지만, 저의 세계관이랄까 삶의 지표를 바꾸고 넓히는데 아주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너무 일상에만 매몰되면 큰 그림을 보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때론 과감하게 변화를 도모해 보는 것도 변호사업무에 활력이 될 듯합니다.

여성변호사 또는 예비법조인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정유년 새해, 나라의 격변기를 앞두고 여성 변호사들이 과연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해 봅니다. 이 사회의 구태의연한 권력관계를 대신하여 ‘도움’을 매개로 움직이는 ‘촉매제’ 역할을 해 보면 어떨까요? 세상이 ‘파워’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도움’을 매개로 움직이는 것 말입니다. 저는 갑을의 권력관계 대신 ‘돕는 자, 도움이 필요한 자’로 이 사회가 재편되길, 이 나라가 좀 더 따뜻하게 변화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여성변호사 또는 예비법조인들이 지금보다 더욱 네트워킹 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산하 ‘리더십 스쿨’을 통해 비즈니스 아카데미, 정치 아카데미에 적극 참여해 주십시오. 보다 현실적인 사회참여를 같이 논의해 보면 좋겠습니다.

[약력]▲ 사시 30회 ▲ 現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 現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 現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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