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기록은 정확하지 않다. 아니, 정확할 수 없다. 수술실에 같이 있어도 선처치 후기록 하기 때문에 기억력의 차이, 문자화에 따른 제한이 그 이유이다. 때문에 의료법은 부실기재와 거짓작성행위만 제재한다. 그럼에도 의료사고 시 위변조하는 예가 드물지 않다.

천식으로 입원 중이던 환자가 사망하였다. 간호기록에는 약물을 주사하는 과정에서 천식발작이 발생해 호흡곤란이 나타났고 곧바로 의사가 와서 응급심폐소생술을 한 것으로 적혀있었다. 5분 이내에 산소 공급, 에피네프린 투여, 심실제세동기 적용 등 모든 응급처치가 교과서대로 시행되어 기록상 과실책임을 묻기 힘들었다. 그런데 검찰조사에서 간호사가 양심선언을 하였다. “조사받기 전날 의사의 부탁으로 시각을 적당하게 맞추어 작성하였다. 환자의 코에 튜브를 꽂아주어야 하는데 당시는 너무 짧은 시간에 위급상태가 되다보니 그럴 여유가 없어 사실은 산소를 주지 못했다”며 간호기록이 실제와 다르게 작성되었다고 자백한 것이다. 의사는 배상책임은 물론 유죄판결과 면허정지처분까지 받았다.

이 사건처럼 진료기록 위변조는 내부고발이 있기 전에는 밝히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의료행위는 진료기록을 통해서 확인할 수밖에 없는데 진료기록이 실체적 진실을 담보하지 못한다. 더욱이 일부 의료기관은 진료기록을 조직적으로 일치시키는 작업을 한 후 보관하기도 한다. 이를 지적하면 실체적 진실에 맞추는 것이지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고 변명한다.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기관 내에 CCTV설치를 의무화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발가벗겨지고 경련하는 환자의 프라이버시권 침해가 더 크다’는 이유로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판례는 진료기록 미기재, 부실기재 시 “환자 측에게 불리하게 평가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하여 의료인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 나아가 진료기록 위변조 시 “입증방해로 시술상 과실이 일응 추정된다”고 하여 과실자체를 추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위변조행위에 대하여 솜방망이 제재를 하는 판례도 적지 않다. 대법원은 진료기록이 가필된 사건에 대해 “입증방해 행위를 하였더라도 법원으로서는 하나의 자료로 삼아 자유로운 심증에 따라 방해자 측에게 불리한 평가를 할 수 있음에 그칠 뿐 입증책임이 전환되거나 곧바로 상대방의 주장 사실이 증명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여 기록조작을 엄중하게 제재하지 않고 있다.

진료기록에 담긴 정보는 의료인이 작성보관하지만 원 소유권은 환자에게 있다. 진료정보는 환자의 치료를 위해 작성보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위변조, 부실기재 행위는 그 자체가 환자의 생명을 침해하는 중대한 불법행위이다. 이를 눈감거나 그럴 수도 있다고 봐주는 법원의 시각은 의료인에게 위법성에 대하여 불감증을 갖게 하고, 또 다른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게 할 수 있다. 따라서 환자 측에서는 녹음, 녹화, 위변조행위에 대한 고발, 입증방해 주장을 통해 “진료기록을 조작하면 큰일난다”는 문화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진료기록을 조직적으로 일치시키는 의료기관행태에 대하여 “그건 범죄행위 아닌가요?”라고 되묻는 한 의료인으로부터 대부분은 있는 그대로 기억나는 대로 작성한다는 믿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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