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5도3682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인들은 웹하드 사이트를 공동운영하거나 그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던 자 및 공동피고인들이 설립한 주식회사로서, 불특정 다수의 사이트 이용자들로 하여금 불법 콘텐츠를 업로드하게 하고 다른 회원들이 이를 다운로드 받게 함으로써 영리를 위해 상습으로 각 저작권자들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였거나, 성명불상의 업로더들이 불법 콘텐츠를 업로드하면 다른 회원들이 이를 다운로드 받게 함으로써 영리를 위해 상습으로 각 저작권자들의 지적재산권 침해행위를 방조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2. 제1심 판결 및 원심 판결의 요지

제1심 재판과정에서는 공소제기의 요식성에 관한 주장 및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원심 변호인은 제1심과 달리,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1항에 의하여 공소제기는 서면에 의하여야 하는데, 검사는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하면서 별지 범죄일람표 를 종이문서로 출력할 경우 그 분량이 방대하다는 이유로 CD로 첨부하였고, 당심에서 공소장 변경신청을 하면서도 CD에 의하였는바, 이는 공소제기의 방식에 위반된 것으로 무효라는 주장’을 추가하였다.이에 대해 원심은, 현대 사회생활의 상당부분이 디지털 시스템에 의존하여 많은 편리를 가져왔다는 점, 특허재판에 이어 민사재판에서도 전자문서 사용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 형사소송규칙은 제134조의7에서 컴퓨터용 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에 기억된 문자정보를 일정한 증거조사방법을 거쳐 증거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 형사소송규칙 제29조는 조서에 서면, 사진 기타 법원이 적당하다고 인정한 것을 인용하고 소송기록에 첨부하여 이를 조서의 일부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조문의 체계상 공무원의 서류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57조, 서면주의를 취하고 있는 공소장에 관한 제254조에도 유추 적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나 심판 범위 확정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되는 한도에서 공소사실의 일부로 CD 제출을 허용하고, 공판기일에서 CD에 대한 증거조사에 준하는 방법으로 열람하면 족하다고 보아, 검사가 공소사실 특정을 위해 범죄일람 CD를 제출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판시하였다.

 

3. 대상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형사소송법이 제254조 제1항과 제57조 제1항 등에서 공소제기에 관하여 서면주의와 엄격한 요식행위를 채용한 것은 앞으로 진행된 심판의 대상을 서면에 명확하게 기재하여 둠으로써 법원의 심판 대상을 명백하게 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서면인 공소장의 제출은 공소제기라는 소송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본질적 요소라고 보아야 한다는 점, 절차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 제27조 제1항이 규정하는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해당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서면인 공소장의 제출 없이 공소를 제기한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소송행위로서의 공소제기가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4. 대상 판결의 의의 및 검토

대상판결은 그간 방대한 양의 공소사실 특정에 전자매체를 이용하던 검찰의 관행에 제동을 걸면서, 공소제기의 서면주의 및 요식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 또 대법원은 최근에 선고한 별건 판결에서도 “공소장 변경 시 CD를 이용했다면 해당 공소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였다(2016도11138).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은 형사소송의 형식적 확실성을 강조하는 것으로서, ‘검사에 의한 공소장의 제출’은 공소제기라는 소송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본질적 요소라는 점에서 일견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① 피고인들이 재판 과정에서 CD가 첨부된 공소장 부본 및 공소장변경 신청허가에 따른 CD를 교부받아 충분히 검토하는 경우 피고인들의 방어권 보장이나 심판 범위 확정에 지장이 없다고 보이는 점, ② 원심 판결이 적절하게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 형사소송규칙에서는 이미 전자매체에 기억된 문자정보를 증거 내지 조서의 일부로 할 수 있는 규정들을 두고 있는 점, ③ 피고인의 입장에서, 방대한 양의 공소사실을 등사하여 검토하는 경우 CD로 검토하는 경우보다 기록 등사에 소요되는 시간·비용이 증가하고, 기록 등사과정에서 종종 일부 서류가 누락되어 실제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대상판결은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법원에서는 이미 대상판결의 입장을 원칙으로 삼고 동일한 취지의 추가판결까지 선고한 상황이므로, 결국 이러한 문제점은 법 개정을 통해 해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대상 판결 또한 “서면인 공소장의 제출 없이 공소를 제기한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공소제기가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여, 입법을 통한 문제해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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