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근로자 노동조건 개선, 북한당국의 임금 착취 방지 방향으로 정책 펴나가야

변협은 지난달 24일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인권법제분과위원회와 함께 ‘북한 해외 노예노동의 실태와 대처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하창우 협회장은 개회사에서 “변협은 작년 8월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하고 해외에서의 노동력 착취를 집중적으로 다룬 바 있으며, 지난해 3월에는 변협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북한인권법이 통과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심도 깊은 발표와 토론이 북한 노동자 인권 개선에 귀중한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한식 민주평통 북한인권·탈북민법률지원단장은 “국제인권법은 어떤 형태의 강제노동도 금지하고 있으나, 북한 해외노동자들은 북한당국에 의한 강제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들의 인권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호열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우리의 관심과 노력으로 북한 해외노동자 문제에 대한 국제여론을 환기시키면, 북한 당국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늘 토론회가 이러한 변화를 위한 작지만 매우 의미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번 세미나 좌장은 변협 북한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태훈 변호사가 맡았으며, 이규창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북한 해외 노동자 문제의 법적대응’을 주제로 제일 먼저 발제에 나섰다.

국제노동기구의 강제노동협약에 따르면 강제노동이란 ‘어떠한 사람으로부터 처벌의 위협하에 강요됐으며, 자발적으로 제공하지 않은 모든 노동 또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이규창 위원은 “강제노동 문제 대응을 위해 유엔 차원에서의 북한 해외노동자 문제 제기 및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 해외노동자 송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 유엔 회원국에게 이들의 고용을 제한하는 결의를 채택하는 방안이 보다 근본적 해결방안일 것”이라며 “북한의 자금줄 봉쇄라는 본래 의도와 달리 북한 주민 생활에 피해가 가고, 외부 정보 접촉을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돼 북한 변화 유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해외노동자 고용국들의 노동법을 입수, 번역해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며 국제노동기구의 협약 및 권고를 자국 노동법에 반영하고 있는지,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준수를 촉구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이규창 위원은 “향후 제기될 수 있는 북한인권 가해자들에 대한 형사소추를 위해서는 북한인권법에 의해 설립된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협조해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국제형사재판소 또는 혼합재판소를 설립해 재판을 진행할 경우 직접증거가 가장 바람직하나 정황증거를 확보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일된 한국 법원에서 현행 형사법을 근거로 재판할 경우 인권침해로 피해를 겪은 북한이탈주민이 작성한 진술서도 예외적으로 증거채택이 가능하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인 김웅기 변호사는 ‘북한 해외노동의 이해와 인권법적 접근’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김 변호사는 “북한의 해외 노동자 문제를 ‘강제와 자발적 선택의 복합’이라고 이해하거나 ‘이주노동’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은 북한 해외노동자 문제를 노동자 개인의 선택 문제로 보거나 북한체제의 합리화로 나아가는 위험성이 있다”며 “이는 강제노동일 뿐만 아니라 노예노동”이라고 말했다.

북한 해외노동자는 대부분 북한 당국에 의해 외화벌이를 위하여 파견되고, 고용주로부터 받을 임금의 70%를 북한당국이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변호사는 “북한 해외노동자들의 임금을 북한정권이 착취하고 있는 사실은 드러나고 있지만, 이를 핵과 미사일 개발자금으로 사용했느냐 하는 부분은 정확한 증거를 찾아내기 힘든 사안”이라며 “이들의 해외지원 동기나 해외에서의 자유를 위해 북한의 해외 노동력 송출을 늘리도록 유도하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북한당국이 임금을 착취하는 것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강제노동협약에서 정하고 있는 임의노동의 경우와 동등한 임금 지급 ▲노동자 개인에 대한 임금 개별지급과 사용의 자유 허용 ▲재해·상해 시 임의노동과 같은 수준의 보상 등을 북한 해외노동자들의 인권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위 방안들이 실현된다면 북한 해외노동자들의 인권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될 것이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문제는 다른 정치적 방법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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