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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기자실]뇌물죄 유감(遺憾)
양은경 조선일보 기자·변호사  |  k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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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4호] 승인 2017.01.23  10: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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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법권을 법과 양심에 따라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 법관의 권위는 법관이 여러 권력이나 금력에 영합하지 않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심판한다는 국민의 신뢰에 기초한다.”

지난 13일 징역 7년을 선고받은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의 판결문에는 이례적으로 ‘법관론’이 등장했다. ‘최순실게이트’때문에 어지간한 일은 놀랍지도 않다고 하지만 현직 판사가 뇌물을 받고 재판을 했다는 것은 대단히 충격적이다. 판결문에는 법원 구성원들이 입은 자존심의 깊은 상처도 담겨 있었다.

김 부장판사는 인천지법에서 항소심을 맡고 있던 2015년 2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가짜 수딩젤 유통사범을 엄벌에 처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원 가까운 뇌물을 받았다. 그 바탕에는 법관과 사업가의 ‘잘못된 만남’이 있었다. 2012년 정씨의 지인인 성형외과 의사 이모씨를 통해 정씨를 소개받은 그는 정씨와 종종 골프를 치거나 해외여행을 다녀왔고 비용은 정씨가 댔다. 정씨는 법적인 문제가 생기면 평소 ‘관리’해온 김 부장판사에게 의존했다. 2009년 150억원의 추심금 소송을 할 때, 2015년 상습도박으로 수사를 받을 때 법적 조언을 구한 데서 나아가 “담당 재판부에 잘 말해달라”는 청탁도 했다.

“정씨는 당시(2012년) 김 부장판사가 의정부지방법원에 있어 서울에 있는 사건에 도움을 줄 수 없으리라고 생각해 만나지 않으려 했다” 판결문에 나오는 표현이다. 잇속에 밝은 정씨가 처음에는 주판알을 튕긴 모양이다. 그러나 세상일은 알 수 없는 법이다. 김 부장판사가 ‘가짜 수딩젤’사건의 항소심을 직접 맡은 것이다.

‘알선’이라는 추가적인 정황이 있기는 하지만, 김 부장판사가 직접 사건을 맡지 않았다면 이 사건 또한 국민적 공분을 산 ‘진경준 사건’과 유사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진 전 검사장은 사업가 친구로부터 4억원이 넘는 주식을 공짜로 받았지만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두 사람이 원래 지음(知音)의 관계로서 오랜 기간 동안 구체적으로 연루된 사건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흔히들 뇌물죄가 되려면 직무관련성 외에도 대가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형법 129조(수뢰죄)에는 ‘직무와 관련하여’라는 표현만 있다. 대가성은 순전히 해석에 의해 추가된 요건이다. 그 때문에 부정부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이른바 ‘보험성 뇌물’의 처벌만 어려워졌다. 사실 초면의 담당 공무원에게 돈을 싸들고 가서 부탁하는 경우란 좀처럼 없다. 평소에 ‘관리’해온 공무원을 통해 연줄을 타고 들어가는 게 부패의 기본 통로다. 김 부장판사처럼 직접 사건을 맡았다면 증뢰자로서는 대단히 운이 좋은 경우다.

법은 상식이지 수학공식이 아니다. 언제까지 법문에도 없는 ‘대가성’을 고집해야 할지. 자칫 뇌물죄 처벌이 ‘배당’이라는 운에 의존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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